하수처리장 속 어떤 문제도 해결

암흑 세상서 손끝 감각으로 작업

깨끗한 물 얻기위한 목숨건 노동

남양주 진건공공하수처리장 폭기조 작업을 위해 잠수부들 입수 준비를 하고 있다. /남양주시 제공
남양주 진건공공하수처리장 폭기조 작업을 위해 잠수부들 입수 준비를 하고 있다. /남양주시 제공

1년 365일 멈추지 않는 곳이 있다. 단 1초라도 가동이 중단돼선 안 되는 곳, 바로 ‘하수처리장’이다.

하루 수만t씩 밀려드는 오수와 생활하수는 1차 침전지를 거쳐 폭기조로 흘러든다. 이곳에선 미생물이 산소를 먹고 살며 하수 속의 유기물을 분해한다. 문제는 이 산소를 공급하는 산기장치가 언제든 고장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장치가 멈추면 하수 처리 수조 전체는 무용지물이 된다.

최근 찾은 남양주 ‘진건공공하수처리장’의 폭기조는 가로·세로 6m, 깊이 8m다. 그저 잿빛 물이 고인 웅덩이지만 물속 상황은 다르다. 10㎝도 안되는 수중 시야에 높은 수압과 하수라는 특수성까지 더해진다.

남양주시 화도공공하수처리장 1차 침전지(왼쪽), 하수처리장으로 유입된 하수가 정수과정을 거친 뒤 최종 방류되는 하수는 BOD(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 5ppm 이하로 하천에 유입된다. 남양주/이종우기자 ljw@kyeongin.com
남양주시 화도공공하수처리장 1차 침전지(왼쪽), 하수처리장으로 유입된 하수가 정수과정을 거친 뒤 최종 방류되는 하수는 BOD(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 5ppm 이하로 하천에 유입된다. 남양주/이종우기자 ljw@kyeongin.com

“안 보여요. 아무 것도. 손으로 더듬는 게 오히려 낫습니다.” 30년 경력 한 잠수부의 이야기다. 폭기조 속은 하수와 활성슬러지가 뒤섞인 ‘암흑 세상’이다. 산기장치가 고장나면 오로지 손끝 감각만으로 장치를 찾아내 작업해야 한다.

2022년 9월 남양주 ‘지금공공하수처리장’에서 하수 유입 게이트가 고장나는 사고가 발생했다. 수심 6m 공간에서 무게 10t짜리 게이트를 잠수부가 수중 용접해야만 했다. 부산·군산에서 잠수부들이 급히 왔지만 현장을 보곤 “너무 위험하다”고 손사래를 쳤다. 결국 산업잠수협동조합 잠수부팀이 투입됐다. 3시간 동안 손끝으로 위치를 짚어가며 수중 용접을 마쳤다. 목숨을 건 ‘사투’였다.

앞서 같은 해 6월엔 진건공공하수처리장에서 폭기조 공사가 대대적으로 진행됐다. 두 달간 잠수부들이 주로 혼자 작업했다. 정준상(57) 산업잠수협동조합 대표는 “폭기조 작업은 잠수부 외에 장비 세팅과 해체를 돕는 4~5명이 팀으로 움직인다. 깊이에 따라 물속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1~2시간뿐”이라며 “장비와 경험 모두가 갖춰진 숙련자만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잠수팀의 하루 일당은 평균 250만원. 목숨을 담보로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과하지 않다.

하수처리 공정도. 하수가 맑은 물이 되는 공정과정이다. 남양주/이종우기자 ljw@kyeongin.com
하수처리 공정도. 하수가 맑은 물이 되는 공정과정이다. 남양주/이종우기자 ljw@kyeongin.com

상수원보호구역 인근의 대형 하수처리장은 20~30년된 곳이 많다. 대부분 폭기조가 두 곳으로 설치돼 있다. 진건하수처리장에는 처리용량 4만t 2곳과 2만t·2만5천t 등 총 12만5천t의 폭기조가 있다. 이 중 4만t 규모 폭기조 2곳이 핵심으로, 한 쪽을 멈추면 나머지 4만t의 하수가 처리되지 않은 채 하천으로 흘러들 수밖에 없다. 가동을 멈추지 않고 교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잠수부 투입뿐이다.

이 같은 하수처리장의 정수과정을 거쳐 방류되는 물은 법적 기준을 충족한 상태로 하천에 흘러든다. 방류 하수의 BOD(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는 오염이 거의 없는 5ppm 이하다. 그 ‘깨끗한 물’ 뒤엔 잠수부들의 목숨 건 고된 노동이 있다. 그들은 오늘도 하수에 몸을 던져 우리의 일상을 지탱하고 있다.

남양주/이종우기자 ljw@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