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쓰레기매립지는 인천의 ‘콤플렉스’

폐기물 단지 등 한국 기피시설 집결지로

尹 정부, 해결 약속 실종… 대안 시급해져

대체매립지 공모 설계부터 ‘잘못된 정책’

市, 4자합의 최종합의서도 파기 결심해야

기후부, 4차 공모 업체 투명한 공개 행정과

33년간 도맡은 市에 국가적 책임 수반돼야

문제해결 위해 뛴 범시민운동본부 격려…

총리실 내 전담기구 설치는 근본 대안 아냐

李 정부, 문제 해결에 적극 목소리 내주길

박영복 前 인천시 정무부시장
박영복 前 인천시 정무부시장

1992년부터 쓰레기 반입이 시작된 수도권쓰레기매립지는 인천의 아픈 손가락 정도를 넘어 콤플렉스의 급소이자 디스카운트의 주범이다. 인천 디스카운트의 요인은 수도권을 가정집으로 비유할 때 안방은 서울, 거실은 경기도 그리고 인천은 다용도실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쓰레기통, 보일러, 가스통은 거의 다용도실에 둔다. 어느덧 인천사람들은 수도권 변방의 쓰레기광역시민이 되었다. 최악의 주거환경, 악취, 비산먼지, 폐기물 처리가공업체 단지 등 인천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기피시설 집결지가 되었다. 쓰레기매립장 말고도 각종 화력발전소, LNG 저장시설들이 인천의 해안가 대부분을 점령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임기 내 총리실이 책임을 지고 대체매립지를 확보해서 인천시민들의 숙원인 수도권매립지 종료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비상계엄으로 임기 중에 하차했으나 재임 기간 국무총리실과 환경부의 대통령 주요 업무보고에서 매립지 문제는 실종되었다. 그 결과 이재명 정부의 매립지 정책 전환과 그에 따르는 대안 마련이 더 다급하게 되었다는 목소리들이 힘을 얻고 있다.

첫째, 2021년부터 시행한 정부의 대체매립지 공모는 설계부터 잘못된 정책이다. 자기 쓰레기는 자기 지역에서 처리한다는 ‘발생지 처리 원칙’에 역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시와 경기도가 자체매립지를 조성할 의사가 없다고 판단되는 상황에서 2015년에 만들어진 4자 합의사항에 떠밀려 마지못해 추진한 것이 대체매립지 공모이다. 따라서 국민적 기피시설인 대규모 대체매립지를 굳이 조성하겠다고 나서는 정부의 의도가 현 수도권매립지의 연장 사용을 위한 요식행위라는 점을 짐작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서울시와 경기도가 각자 해야 할 자체매립지 조성을 정부가 나서서 대체매립지 공모를 대신하는 의도 역시 정부가 현 매립지의 계속 사용에 무게를 두고 시간끌기를 하고 있다는 심증을 갖게 한다. 이는 정부가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대체매립지 공모라는 정책으로 인천시민을 현혹시키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4차례의 대체매립지 공모를 통해 얻은 소득이라면 자기 땅에서 자기 쓰레기를 처리하겠다는 지자체가 수도권에는 단 한 곳도 없다는 사실을 4년의 시간을 허비하면서 재차 확인한 것이다. 최근 4차 공모에서 2곳의 민간이 응모했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사전 주민 동의 절차가 입지 선정 후로 미루어진 응모 조건의 변경 때문이다. 해당 지자체의 동의를 받는 단계에 이르면 주민 반발이 예상돼 그리 유의미한 결과로 보이지 않는다.

둘째, 인천시는 2015년 서명한 ‘수도권매립지 정책 4자협의체 최종 합의서’(이하 4자 합의)를 파기할 결심을 해야 한다. 이를 파기하지 않으면 유사시 잔여 부지를 더 사용할 수 있다고 합의했던 단서조항이 두고두고 인천 쓰레기 정책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2016년 사용 종료를 코앞에 두고 매립면허권을 100% 소유한 서울시와 환경부의 압박에 의해 인천이 부득이 선결조건을 달고 3-1매립장 연장 사용과 잔여 부지 추가 사용에 합의를 한 불가피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핵심 선행조건인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인천 이관 등이 실현되지 못한 상태여서 합의서 파기는 정당하다. 결국 정부의 대체매립지 선정이 실패할 경우 매립지 사용 종료는 요원해지기 때문에 즉시 합의를 파기하고 자체매립지 조성을 검토해야 한다. 만일 정부의 대체매립지 입지 선정이 성공되더라도 현재 사용 중인 3-1매립장의 계속 사용 여부와 단서 조항의 효력 여부가 쟁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인천시의 4자 합의 파기와 자체매립지 조성은 언제나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셋째, 지난 10월 10일 마감된 4차 공모에 응모한 민간 2곳의 정보를 비공개로 해서 입지 선정 절차에 들어간다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방침은 매우 이례적 행정이다. 후속 절차도 내년 지방선거 후에 시작하겠다는 것이고 그 첫 단계인 입지의 법적 제척 사안 검토나 주변지역 환경영향 등을 조사하기 시작하면 비공개 방침은 무의미해질 것이다. 뒤늦게 입지 지역이 알려지면 해당 지역 주민 반발이 더욱 완강해질 것이라는 상식을 인지하면서도 이를 비공개로 진행하려는 것은 이 사안을 더 어렵게 만들어 정부가 대체매립지 선정 무산을 유도하려 한다는 미필적 고의 의심을 받을 수도 있어 보인다. 지금 즉시 인천이 아닌 어느 한 지역에 폐기물처리시설 설치 관련법에 따른 매립지 조성을 위한 후속 절차가 진행되더라도 주민 동의, 부지 보상, 매립지 조성 등에 최소 10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결국 현 수도권매립지는 종료가 아니라 연장 사용되는 결과로 귀속되는 것이어서 처음부터 신속하고 투명한 공개 행정이 필요해 보인다.

넷째, 이제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 문제는 이재명 정부의 책임이 되었다. 지난 33년간 수도권의 쓰레기를 도맡아 처리하고 있는 인천에 대한 국가적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우선 사회적 책임인 ‘발생지 처리 원칙’을 법적 책임으로 바꿔야 한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시행에 대해 서울·경기의 소각장 건설이 주민들 반대로 여의치 않자 이를 유예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이것 역시 발생지 처리 원칙이 사회적 책임 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매립지 정책의 근본적인 대전환이 불가피해 보인다. 수도권매립지 종료 문제는 이재명 정부가 국가책임제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대한민국 인구 절반의 쓰레기 처리 문제를 지자체들에 떠넘기지 말고 국가가 법률적 주체가 되어 그 지역에 대한 사회적 부담을 법적으로 책임지는 제도로 가야한다. 쓰레기 매립장과 같은 국민적 기피시설을 수용하는 지역에 대한 숙원사업이나 특별 지원도 지자체의 영역을 넘어서는 일이다.

끝으로 ‘수도권매립지 문제 해결을 위한 범시민운동본부’의 시민행동에 격려를 보낸다. 다만 시민단체들이 요구하는 국무총리실 내 전담기구 설치 요구 등은 확실한 전제 조건이 없는 한 근본적 대안이 아니라는 점도 이야기하고 싶다. 수도권매립지 종료 문제는 갈등을 조정해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자기 쓰레기는 자기가 처리해야 한다는 원칙만 주장하면 되는 것이다. 특히 정부에 전담기구 설치를 요구할 경우에는 그것이 4자 합의 단서조항을 빌미로 현 매립지의 사용 연장과 그에 대한 보상 논의를 함께하는 기구로 전락할 개연성을 차단할 전제 조건을 명료하게 해 두는 것이 좋겠다. 이는 국무총리실이 아니라 대통령실이 나서도 기피시설인 대체매립지를 조성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로 증거되고 있기 때문이다. 매립지 문제는 특별지원금을 늘리고 지역 숙원사업을 해준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실례로 수도권매립지공사 이관이 합의대로 이행이 되지 않는 것도 4자 합의서에 있는 선결 조건인 공사 노조나 주민협의체 동의가 안 되기 때문에 인천시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는 현실을 참고하면 좋겠다.

어려울 때일수록 서로 마주봐야 한다. 다가올 인천시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주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4자 합의를 고수하면서 대체매립지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주장하는 유정복 시장이나 쓰레기 독립선언을 하고 자체매립지 조성을 추진했던 전임 박남춘 시장 그리고 4자 합의 독소조항 때문에 신속한 해결이 어렵다고 주장하는 지역 국회의원들 모두 원인 발생지인 서울·경기를 앞에 두고 동네 싸움을 하지 않기 바란다. 인천은 서울의 쓰레기나 치우는 변방이 아니라는 주장과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를 위해서는 거의 실현 가능성이 없는 대체매립지 조성을 재고하고 ‘발생지 처리 원칙의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해서 이재명 정부가 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도록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박영복 前 인천시 정무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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