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文身·Tattoo)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상반된 대접을 받아왔다. 신성한 부적이자 부족의 자부심으로 추앙받기도, 범죄와 형벌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 受之父母)’의 나라 조선은 죄인의 얼굴에 죄목을 새겨 경(更)을 쳤다. 조직폭력배의 전유물로 인식돼 1980년대 삼청교육대에 끌려가기도 했다. 한국사회에서 문신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깊숙이 각인된 배경이다.
문신이 법 테두리 안으로 들어왔다. 지난달 ‘문신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1992년 대법원 판결이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로 규정한 지 33년 만이다. 2025. 9. 25. 문신사들에겐 문신으로 기록하고 싶은 날이 됐다. 국가시험을 통과해 면허를 가진 사람이 타투(서화 문신)와 반영구 화장(눈썹·아이라인·입술 문신 등), 두피 문신 등의 시술을 하도록 하고 문신업소의 관리·감독 체계를 제도화한 법이다. 다만 문신 제거행위는 현행대로 금지된다.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7년 효력이 발생한다. 미국·영국 등 주요 국가들은 이미 면허제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년 전 17대 국회 때부터 ‘문신사법안’, ‘타투업법안’ 등이 꾸준히 발의됐지만 번번이 좌절됐다. 반대 여론을 뚫기 힘들었다. 의료계는 비의료인의 시술에 대한 감염 위험과 부작용을 우려했다. 우여곡절 끝에 ‘문신사법’이 통과되자, 의료계가 영역 확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치과의사와 한의사 단체는 문신 시술 자격을 부여해 달라고 성명을 냈다.
문신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눈썹 문신 같은 반영구 화장은 이미 대중화됐다. 레터링·일러스트 문신은 자신을 표현하는 개성의 아이콘이기도 하다. 치료가 어려운 흉터 위에 그림을 그려 마음까지 치유해 준다. BTS 정국, 지드래곤 등 수많은 K팝 스타들은 문신을 즐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주인공 루미도 문신이 있다. K문신도 K컬처로 발전할 개연성은 충분하다.
‘문신사법’은 문신사에게도 소비자에게도 이로운 법이어야 한다. 문신사는 불법 꼬리표를 떼고 합법지대에서 떳떳하게 활동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직업의 장벽이 높아지는 만큼 자격요건을 갖추기 위한 노력이 선행조건이다. 제도가 정착된다면, 안전하고 숙련된 시술로 소비자의 만족도 높아질 테다. 그동안 문신사들의 소외와 설움은 컸다. 이제 ‘음지의 기술’이라는 상처를 덮고 ‘공인된 장인’이라고 문신할 시간이다.
/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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