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실종·감금 사태’ 여파

경기남부청, 9명 미귀국·6명 두절

“피의자·피해자 모두 소재 몰라…”

코리안데스크 성공적 안착 중요”

해마다 느는 한국 체류자들 ‘불안감’

“범죄도시로 인식, 미안하고 불편”

전문가 “일반화의 오류 경계해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납치ㆍ감금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16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인근 범죄단지로 알려진 ‘망고단지’의 모습. 2025.10.16 /연합뉴스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납치ㆍ감금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16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인근 범죄단지로 알려진 ‘망고단지’의 모습. 2025.10.16 /연합뉴스

한국인 캄보디아 실종·감금 의심 사건이 경인 지역에서 16건 이상 발견(10월15일자 1면 보도)됐지만, 국외에 있는 피의자·피해자와 국제공조 등의 한계로 수사에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캄보디아발 범죄의 공포가 커지면서 국내 거주 캄보디아인에 대한 혐오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 경찰 “수사 쉽지 않다” 속도 내기 어려운 여건

16일 경찰에 따르면 현재 캄보디아발 범죄 의심 사건은 실종신고 형태로 신고가 접수된 경찰서에서 수사하고, 소재 파악이 어려우면 국제공조수사를 요청한다.

경기남부경찰청의 경우 9명이 미귀국, 그중 6명은 아예 가족과 지인에게도 연락두절됐다.

이에 대해 일선 경찰들은 단기간에 행적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국제공조 수사 경험이 있는 경찰관 A씨는 “수사 과정에서 제일 어려울 때가 피해자의 소재 파악이 안 될 때다. 이번 사건은 피해자와 피의자 모두 소재 파악이 안 돼 수사 초기부터 한계가 뚜렷하다”며 “국제공조수사와 인터폴 수배 등을 신청하지만, 통상 담당자 한 명당 수십개의 사건을 맡고 있다 보니 속도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납치ㆍ감금이 잇따라 발생하며 정부가 대응에 나선 가운데 16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인근 범죄단지로 알려진 태자단지 건물 호실 출입문에 부귀 등을 기원하는 중국어 문구가 적혀있다. 2025.10.16 /연합뉴스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납치ㆍ감금이 잇따라 발생하며 정부가 대응에 나선 가운데 16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인근 범죄단지로 알려진 태자단지 건물 호실 출입문에 부귀 등을 기원하는 중국어 문구가 적혀있다. 2025.10.16 /연합뉴스

경찰관 B씨는 “현지에서 캄보디아 경찰과 일할 수 있는 코리안데스크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 과정에서 캄보디아 정부와 수사 협조 방식이나 범위 등을 협상해야 하기 때문에 외교 문제가 수반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다른 경찰관 C씨는 “캄보디아 미귀국자 대부분은 고액 임금 등의 광고를 접한 인물들이다. 한국보다 보이스피싱 등의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큰 이곳에 취업을 위해 떠난건지, 범행에 가담하는건지 등 피의자·피해자 구분이 되지 않는 점도 수사의 어려움 중 하나”라고 했다.

이달초 성남수정경찰서와 화성서부경찰서에 각각 캄보디아로 출국한 남성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안전이 확인되지 않은 미귀국자인 두 명에 대해 모두 국제공조수사가 요청됐고, 코리안데스크 등을 통해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 잇따른 공포에 국내 캄보디아인은 ‘혐오’ 우려

한국에 온 지 10년 된 캄보디아인 A씨는 “주변 사람들의 입에서 캄보디아가 오르내릴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평소 한국에서 생소한 나라로 여겨진 탓에 오해를 겪을 일이 별로 없었지만,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잇따르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는 것이다. A씨의 주변에서는 ‘캄보디아 사람들은 다 나쁘다’ ‘캄보디아인들은 짐승과 다름이 없다’는 말이 자주 들려온다고 한다. 그는 “우리나라를 찾은 한국인들이 안전하게 돌아가지 못했다는 것에 미안하다”면서도 “일부의 잘못으로 캄보디아인 전체가 비난받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토로했다.

지난 2018년 한국에 온 캄보디아 국적 B씨 역시 ‘캄보디아는 범죄도시’라는 인식이 엿보일 때마다 마음이 불편하다고 했다. 그는 “한국 사람들이 캄보디아 범죄 피해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을 일상에서 자주 본다”며 “캄보디아를 찾은 한국인들이 안전하게 돌아가지 못했다는 것에 미안하지만, 캄보디아 사람은 다 나쁘다는 말이 들릴 때마다 속이 상한다”고 말했다.

경기도에 사는 캄보디아인들은 매년 늘고 있는 추세다. 법무부의 ‘등록외국인 지역별 현황’에 따르면 도내 캄보디아인 수는 2021년 1만4천598명, 2022년 1만5천24명, 2023년 1만6천830명, 2024년 1만9천489명, 올해 2만1천327명으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체류 외국인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특정 국가에서 벌어지는 범죄가 국가 자체를 혐오하는 편견으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소수 범죄자 때문에 국내에서 착실히 활동하는 캄보디아인이 부당한 대우를 받을 이유는 전혀 없다”며 “과거 미국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한국인 유학생들이 편견에 시달렸던 것을 생각하고 ‘일반화의 오류’에 빠져선 안 된다”고 했다.

/고건·유혜연·마주영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