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판놀음 기대작 ‘기산, 시간을 그리다’
제작진에게 직접 들은 공연 관람 포인트
‘타임 슬립’ 이야기 속 펼쳐지는 전통 연희
‘뮤지컬’ 노래처럼 ‘연희’ 악기·몸짓의 울림
한국이 아닌 독일, 프랑스, 덴마크 등 해외에 작품 대부분이 남은 19세기 후반 조선의 풍속화가 기산(箕山) 김준근. 그의 작품은 전 세계 15개국에 1천500점이나 흩어져 있을 정도로 많습니다. 김준근의 작품은 근대 시기 한국인의 사회상과 풍속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습니다.
김준근은 원산, 부산, 인천 등 개항장에서 주로 활동했으며, 그의 작품은 1883년 인천 개항장에 설립된 독일 무역회사 ‘세창양행’을 통해 해외로 판매됐습니다. 그러나 정작 김준근의 삶은 베일에 싸여 현재까지도 잘 알 수 없습니다.
기산 김준근의 이야기 위에 전통 연희 공연의 판을 깔고 있는 작품이 곧 초연됩니다. 음악극 내지 연희극이라 부를 수 있겠습니다. 인천에 기반을 둔 전통연희단 잔치마당이 오는 24일과 25일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에서 개최하는 창작 판놀음 ‘기산, 시간을 그리다’입니다.
음악극이라 하면, 뮤지컬을 떠올리는 독자들이 많을 텐데요. ‘기산, 시간을 그리다’는 연극적 이야기 속에 노래가 아닌 풍물놀이, 탈춤, 줄타기, 죽방울놀이, 검무, 판굿, 장구춤 등 연희 공연을 쌓아 올립니다. 기산 김준근이라는 신비로운 인물의 이야기와 그의 그림을 따라가며 즐기는 연희판놀음은 더욱 흥미진진할 것 같습니다.
어떠한 작품이 될지 궁금해 공연 제작진을 만나 봤습니다. 공연 준비가 한창인 지난 16일 오후 인천 부평구에 있는 국악전용극장 잔치마당을 찾았습니다. 우선 이번 작품의 극본을 쓰고 연출을 맡은 전승우 감독의 설명부터 들어보겠습니다.
“세계적인 수준의 연희자들이 이번 공연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일단 말하고 싶습니다. ‘기산, 시간을 그리다’는 드라마를 바탕에 깔고 그 위에서 연희판놀음이 산을 쌓는 공연입니다. 기산은 수많은 작품을 통해 그 시대의 시간을 그려냈는데, 그 그림에서 튀어나온 연희자들이 관객에게 다양한 연희 공연을 보여줍니다. 이 작품은 탈춤에서 시작해 줄타기, 죽방울놀이, 검무, 풍물 등 다양한 연희가 펼쳐진 후 탈춤으로 마무리합니다.
극 중 ‘MZ 세대’인 주인공들이 기산의 그림 속으로 빨려 들어가 그 시대를 겪으며 전통 연희판을 경험하는 ‘타임 슬립’ 요소가 있습니다. 외국인들이 개항장에 많이 들어와 난리를 치고 세상이 변하고 그렇게 시대가 흘러가는 모습을 김준근이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지를 상상하며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우리 전통이 사라지는 것을 걱정하면서 풍속을 생생히 그리지 않았을까요?”
작품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연희 공연입니다. 제작진은 김준근의 풍속화에 묘사된 줄타기, 탈놀이 등 당시 연희판 모습을 최대한 고증하고 표현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부분은 김호석 예술감독이 설명했습니다.
“이번 작품에 나서는 연희자들의 마음가짐부터 기존 공연과는 다릅니다. 사물놀이 등 기량적인 부분은 무척 뛰어나지만, 관객과의 소통에 있어서는 이야기가 곁들여져 있다 보니 연희자들이 연주만 하는 게 아니라 관객과 같이 호흡하고 소통해야 합니다. 기존 연희 공연은 나열식 구조라서 마니아층이 주로 관람하는 경향이 강했는데, 스토리가 이끄는 이번 작품은 대중에게 다가간다는 점에서 더 빛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전통 연희 자체가 ‘재담’이라고 해서, 관객과 소통하는 부분이 많거든요. 관객에게 최대한 가까이 접근하면서 김준근의 그림 속에 남아있는 연희적 부분을 고증하고 무대에서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실시간 스크린이나 애니메이션 기법 등으로 김준근의 그림을 무대에서 표현하는 등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도록 구성하고 있습니다.”
이날 기산 김준근 역할을 맡은 유인석 배우도 만났습니다. 작품 속 김준근은 무대 밖을 벗어나지 않고, 이어지는 연희 공연을 계속 그리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연희판놀음 속 김준근을 어떻게 연기할지 유인석 배우에게 물었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관객과 함께 공연을 즐기면서도, 메시지를 줄 때는 정확하고 무겁게 전달하려 합니다. 특히 김준근을 통해 관객들이 국악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작품에서 MZ세대들이 시간 여행을 통해 김준근을 만나 우리 소리와 가락이, 연희가 얼마나 좋은지를 알게 됩니다. 힙합 비보이들의 춤이 남사당놀이의 재주 넘기와 비슷하기도 하고요. 다양한 세대가 이번 공연을 관람하러 오면 좋겠습니다. 가족이 함께 보면 좋을 공연입니다.”
인천에서 만들어지는 또 하나의 대표적 전통 연희 공연 콘텐츠로서 ‘기산, 시간을 그리다’가 기대됩니다. 신희숙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기획팀장은 “‘재밌다’라는 말로 설명되지 않는 현장의 감동이 있을 것”이라며 “악기나 연희자들의 몸짓에서 오는 울림을 이번 공연을 통해 딱 한 번이라도 느낀다면 그 다음에는 관객 스스로 전통예술 공연을 찾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공연은 만 36개월 이상이면 누구나 관람할 수 있습니다. 관람객 폭이 상당히 넓은 공연이네요. 24일은 오후 7시, 25일은 오후 3시와 7시 두 차례 공연합니다. 예매를 서둘러야 할 것 같습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경인일보 Copyright ⓒ 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