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지에 퇴직금 날린 쿠팡 노동자

“원래 일용은 줄 수 없다” 답변

근로감독관들이 불법 착취 조장

시정 지시 내린 공무원들은 감찰

장제우 작가
장제우 작가

지난 15일 현직 부장검사가 국감장에 출석해 쿠팡에 퇴직금을 떼인 일용직 노동자들이 200만원이라도 신속히 받았으면 좋겠다며 눈물을 쏟았다. 2년 전 시작된 이 퇴직금 체불 사건은 한국 저소득 노동자의 지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법원 판례에 따라 일용직도 계속 근로기간 1년을 채우면 퇴직금 대상이다. 또한 전체 근로일에 비해 공백기간이 짧거나 상당한 사유가 있다면 계속 기간으로 산정한다. 예를 들어 4주 평균 주당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기간이 있을 때 이를 제외하고 1년 넘게 일했다면 퇴직금 권리가 생기는 것이다. 쿠팡은 원래 이와 같이 퇴직금을 지급해 왔다. 그런데 2023년부터는 4주 평균 주당 근로시간이 15시간 이상인 기간이 1년간 지속될 때만 퇴직금을 주겠다고 돌변한다.

졸지에 퇴직금을 날리게 된 노동자 중 일부는 각 지방노동청에 문의해 보았지만, 원래 일용직은 퇴직금이 없다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 노동경찰의 역할을 하는 근로감독관들이 불법 노동착취를 조장한 것이다. 2023년 5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수백 건의 쿠팡 퇴직금 관련 진정이 있었지만 노동청 부천지청의 단 한 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행정종결되었다.

노동자에 불리하게 취업규칙을 바꾸려면 과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쿠팡도 이 과정을 거쳤으나 불법의 소지가 농후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집단적인 토론과 결정 과정이 필요하지만 내용도 모르고 서명했다는 진술이 넘친다. 그리하여 쿠팡 측에 따르면 찬성률이 무려 88%에 이른다. 그럼에도 당시 이 변경을 심사한 근로감독관은 내용과 절차가 모두 합법이고 심지어 불리한 개정이 아니라는 평가까지 내렸다.

이 환장의 도가니에서 노동청 부천지청의 한 근로감독관은 2024년 3월 쿠팡에 시정지시를 내린다. 하지만 무서울 게 없는 쿠팡은 이를 무시했고 감독관은 같은해 9월 인천지검 부천지청에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한다. 이때 천운이 따랐는지 ‘정상적인’ 검사가 영장 결재를 하게 되니, 바로 울보 부장검사이다. 이 압수수색을 통해 쿠팡의 불법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들이 나온다. 일례로 쿠팡은 취업규칙 변경 당시 퇴직금 등에 대해 일용직 사원과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말고 이의제기 시 개별 대응하라는 지침을 하달했다.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 시 설명이 없거나 의견을 듣지 않았다면 절차상 무효라는 대법원 판례에 해당되는 내부 문건이다. 또 압수된 외부 법률자문 문건에 따르면 쿠팡은 변경 내용에 위법 소지가 있음을 알고 있었다.

증거에 따라 감독관은 2025년 1월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다. 그리고 인천지검 부천지청의 지휘부이자 윤석열 사단의 일원인 지청장과 차장검사의 환장쇼가 펼쳐진다. 검찰 내부 메신저에 따르면 지청장은 부장검사 휘하의 쿠팡 담당 주임검사를 따로 불러 무혐의 검토방향을 전달했다. 또 차장검사를 통해 취업규칙 변경의 무효여부를 판단하지 말라는 뜻도 부장검사와 주임검사에 전했다.

그리하여 주임검사가 작성해 대검에 제출한 공식 수사보고서는 쿠팡의 취업규칙 변경이 적법하다는 근로감독관의 부실 심사를 토대로 무혐의 결론을 낸다. 압수수색으로 확보된 쿠팡의 불법 증거들은 일절 기재되지 않았다. 부장검사는 수사보고서의 결함을 지휘부에 호소했지만 이는 보고서에 반영되지 않고 별도로 대검에 전해진다. 2025년 4월 검찰 지휘부의 뜻대로 무혐의 결론이 난 쿠팡의 퇴직금 체불 사건은 이대로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부장검사는 5월 대검에 진정서를 넣어 지청장과 차장검사를 수사의뢰했고, 9월 이 사건을 일찍부터 파헤쳐온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이 이를 공개하며 세간의 이목을 끈 뒤, 10월 부장검사와 동시에 국감장에 나온 쿠팡 대표는 취업규칙을 원복하겠다고 발언한다.

제 할 일을 했을 뿐인 두 공무원, 부천의 근로감독관과 부장검사는 석연찮은 이유로 감찰을 받았다. 부장검사는 영장 결재권도 박탈당했다. 추측건대 다른 숱한 검사들로부터 유무형의 무시나 눈총을 받지 않을까 한다. 이미 그렇게 살고 있는 저소득 노동자의 권리를, 상식과 법에 근거하여 상관의 의중을 거슬러서라도 지키려 했다는 이유로 말이다.

/장제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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