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은 문화체육부 기자
이시은 문화체육부 기자

출근길 횡단보도 앞에 선 한 남성에게 시선이 꽂혔다. 그는 손에 교통 깃발을, 상의에는 조끼를 걸쳤다. 분주히 교통 안내를 하고 있던 그의 조끼에 적힌 다섯 글자가 눈에 밟혔다. ‘녹색어머니회’ 고개를 갸웃하고 지나쳤지만 그날 이후 불편한 그 단어는 머릿속에서 빙빙 맴돌았다.

의아했다. 녹색어머니회는 초등학교 등하굣길에서 교통 지도를 하는 단체라고 한다. 아이들 안전을 위해 봉사 활동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 안전을 지키는 활동을 당연스레 어머니의 역할로 한정짓고 있었다. 아버지,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누구든 교통 지도를 할 수 있지 않은가.

온라인에는 이런 글도 보였다. ‘녹색어머니회, 아빠가 참여해도 되는 건가요’, ‘녹색어머니회에는 아버지가 가입 못한다는 게 사실인가요’. 혼자만 불편함을 느낀 건 아니라는 생각에 괜스레 안도감이 들면서도 씁쓸했다.

경기도에서도 4년여 전 ‘성차별 언어 개선 공모’를 통해 대체어를 고민한 적이 있다. 녹색어머니회는 ‘등굣길 안전도우미’ ‘등굣길 안전지킴이’ ‘안전지킴이’ 등으로 바꿔쓸수 있다.

언어는 사회적인 관념을 드러내는 도구다. 언어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은 “언어는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을 나타낸다”고 했다.

‘유모차’가 아닌 ‘유아차’, ‘저출산’ 대신 ‘저출생’이라는 단어를 내밀 때 어떤 사람은 ‘뭘 그렇게까지 하냐’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낼 때도 있다. 사회에 만연한 차별에 대한 불편함을 개인의 예민함에서 비롯한 것으로 치부하는 것이다.

문득 최근 도내 기관에서 시행 중인 여러 육아 지원 프로그램이 떠오른다. ‘아빠 하이’ ‘100인의 아빠단’ ‘아빠 스쿨’까지. 프로그램명도, 내용도 가지각색이다. 공통점이 있다면 아빠들의 육아를 돕기 위한 활동이란 점이다.

프로그램에 대해 묻자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요새 아빠들 육아 많이 하죠. 사실 엄마, 아빠 그런게 어디 있나요?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육아 전선에 뛰어들잖아요.”

/이시은 문화체육부 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