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 상가 화재 부른 ‘실내 살충’

 

새벽 시간 불 내 대피중 1명 사망

20대, 중실화·과실치사 혐의 적용

“내부 살포시 주의 의무 더 요구”

“바퀴벌레 한 마리 잡으려다, 불이 너무 커졌어요.”

20일 오전 5시35분께 오산시 궐동의 한 상가주택 2층에 거주하는 20대 여성 A씨는 다급하게 119에 화재를 신고했다. 집 안에서 발생한 불길은 옥상인 5층까지 번졌고, 새벽 시간대에 난 불로 건물 내 주민들은 혼비백산했다.

5층 거주자 30대 B씨가 대피하던 중 건물 아래로 떨어져 병원에 이송됐지만, 치료 중 숨졌다. 소방당국에 구조되거나 대피하는 과정에서도 8명이 연기흡입 등으로 다쳤다.

이날의 대형 화재는 A씨의 ‘실화’로 발생했다. 자취하던 A씨는 바퀴벌레를 태워 죽이기 위해 라이터에 불을 붙이고 그 위로 인화성이 있는 ‘파스용 스프레이’를 뿌려 마치 화염방사기처럼 사용했다. 1m 이상 퍼지는 스프레이 분무에 원룸인 방 내부 곳곳으로 순식간에 불이 옮겨붙었다.

A씨는 살충제가 집에 없어 대체로 파스용 스프레이를 사용했고, 이전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실내에서 벌레를 잡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실내에서 살충 목적으로 사용한 인화성 물질들이 대형 화재로 번지는 사례가 늘면서 경고의 목소리가 나온다. 관련 피해가 커지며 단순 실화 사건을 넘어 중범죄로 여겨지면서 처벌 수위도 높아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오산경찰서는 이날 A씨를 중실화 및 과실치사 혐의로 체포했으며 구속영장도 신청할 예정이다.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그치는 단순 실화와 달리, 중실화는 3년 이하의 금고 등 실형이 선고될 수 있다. 경찰은 A씨가 고의성 없이 실수로 불을 냈지만, 사망자가 발생해 과실치사 혐의를 함께 적용했다.

앞서 지난해 1월 대구시에선 거주민이 집 안의 쥐를 잡겠다며 과도하게 분사한 바퀴벌레 살충제가 밀폐된 실내의 다른 가연성 물질과 만나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올해 7월에는 안산시의 한 식당에서 피워놓은 살충제가 주방의 가스와 접촉해 화재로 이어져 음식점 일부가 탔다.

중실화 혐의에 대한 경각심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수원지법 평택지원은 지난 2023년 담배를 피우고 버린 담배꽁초로 불을 낸 B씨에게 금고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B씨의 실화에 고의성은 없지만, 이 불로 130억원 상당의 물류센터 일부가 불타는 등 피해가 커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경찰 관계자는 “통상 실화 범죄는 불구속 수사하지만, 이번 사건은 피해가 큰 만큼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며 “상가주택 5층 대부분이 불에 타 재산 피해가 꽤 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거기에 오전에 사망자가 발생해 과실치사까지 적용했다. 고의성이 없어도 실내 살충은 주의 의무가 더 많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