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해결한 ‘생떼 민원’… 항만공사, 운영 재개 시동

인천청, 안전사고 등 민원 ‘눈치’

선거철엔 ‘선심성 공약’ 발목잡혀

정작 입지 근거 ‘주민 불편 해소’

공사 “시설 정비 후 절차 밟을 듯”

사진은 인천시 연수구 아암물류2단지에 조성되고 운영되지 못하고 있는 화물차주차장 모습. 2024.5.31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사진은 인천시 연수구 아암물류2단지에 조성되고 운영되지 못하고 있는 화물차주차장 모습. 2024.5.31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아파트 주민 반대 민원에 막혀 장기간 표류한 송도 화물차 주차장이 법원 판결에 따라 문을 열게 됐다. 입지 선정 발표 후 4년여 동안 인천시를 비롯한 관계 기관은 민원에 휘둘려 옴짝달싹 못 했고, 선거철마다 정치권이 남발한 선심성 공약은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했다. 이 때문에 주차장을 만들어 놓고도 쓰지 못하는 일이 빚어졌다. ‘생떼 민원’에 흔들리며 갈피를 못 잡은 행정기관이 결국 법원 판결에 기대 문제를 해결한 선례로 남게 됐다.

대법원은 최근 인천항만공사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을 상대로 제기한 ‘가설건축물 축조 신고 반려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인 인천항만공사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인천항만공사는 2023년 3월 연수구 송도동 아암물류2단지 내 9만5천961㎡에 402면 규모의 화물차 주차장을 조성했다. 이후 이곳에 임시사무실 용도의 컨테이너 1동과 간이화장실 2동 등 가설건축물 축조를 관할 기관인 인천경제청에 신고했지만, 인천경제청은 이를 반려했다. 화물차 통행으로 인한 매연·소음·분진과 사고 발생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인천항만공사는 인천경제청의 반려처분이 위법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1·2심 판결을 비롯해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승소했다.

이 부지는 인천시가 ‘화물차 주차장 입지 최적지 선정 용역’을 거쳐 2021년 낙점한 자리다. 인천시는 6개 후보지를 두고 검토한 결과 아암물류2단지에 위치한 현 부지를 최적지로 판단했다. 하지만 주차장에서 800m가량 떨어진 송도 9공구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화물차 주차장 조성으로 인해 교통 혼잡과 사고 위험 등을 이유로 인천경제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인천항만공사가 ▲주차장과 아파트 단지 사이 완충녹지를 만들고 ▲화물차의 아파트단지 방향 통행을 금지하는 방안 등을 내놓아도 반대 민원은 꺾이질 않았다. 반면 화물업계는 인천 신항으로 진입하는 화물차들이 송도 등 도심을 거치지 않고 이동하려면 계획대로 아암물류2단지에 주차장이 들어서야 한다고 요청했다.

인천시 화물차 주차장 입지 선정 용역 결과 보고서에는 아암물류2단지를 낙점한 이유가 나타나 있다. 컨테이너를 실은 대형 화물차가 인천 신항과 신항 배후단지에 진입하기 전에 대기할 공간이 없어 불법 주·정차를 하면서 벌어지는 주민 불편을 해소하기에 최적지라는 판단이다. 다른 지역에서 신항으로 들어오는 화물차들이 인천 도심을 거치지 않아 승용차들과 도로를 같이 쓰는 동선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송도 6·8공구 일대를 화물차 통행금지 구역으로 설정하면 주민들이 반대 근거로 드는 교통혼잡이나 안전사고 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인천시는 용역 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항만배후단지 화물차 주차장 왜 필요할까요?’라는 제목의 자료를 작성해 시민 설득에 나섰지만 다가오는 선거가 발목을 잡았다. 2022년 지방선거와 2024년 총선은 화물차 주차장 문제 해결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정치권은 여야를 불문하고 ‘송도 화물차 주차장 백지화’를 공약으로 내걸며 갈등을 부추겼다. 주민단체와 물류·화물업계 사이 감정의 골은 깊어졌다. 주차할 곳이 없는 화물차주들은 별 수 없이 불법주차를 하다 과태료 통지서를 받는 일이 허다했다. 물류 산업은 시간이 생명이지만, 신항 배후단지 일대가 불법 주차로 몸살을 앓으면서 물류업체의 불편도 커졌다.

대법원 판결로 화물차 주차장을 사용할 길이 열렸지만, 3년 동안 방치된 주차장의 시설 등을 정비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추가 비용이 투입돼야 하는 상황이다.

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주차장 내 도로 상태와 주차 관련 시설물 등을 점검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정비를 마치고 가설건축물 축조 등 절차를 거쳐 주차장 운영을 준비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