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발목잡는 ‘규제 덫’

 

경기 동남권, 수정법 묶여 쇠락의 길

공업용지 부지 제한탓 되레 난개발

법 개정도 단서조항 실효성 떨어져

비수도권 이주 중간 기착점 새 대안

대학 이전·신설 완화 해법 제시도

자연보전권역으로 묶인 지역은 한강 수계의 수질과 녹지 등 자연환경 보전을 이유로 택지와 공업용지, 관광지 등을 조성하기 위한 사업들이 모두 제한되고 학교나 업무 및 판매용 건축물 등의 신·증설 허가도 제한된다. 사진은 여주시 이포보. 2025.10.22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자연보전권역으로 묶인 지역은 한강 수계의 수질과 녹지 등 자연환경 보전을 이유로 택지와 공업용지, 관광지 등을 조성하기 위한 사업들이 모두 제한되고 학교나 업무 및 판매용 건축물 등의 신·증설 허가도 제한된다. 사진은 여주시 이포보. 2025.10.22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이천·여주·용인·안성 등 경기도 동남권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 중첩 규제 중 가장 큰 규제는 40여 년 전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이하 수정법)이다.

수도권 인구 집중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국토의 균형발전을 꾀한다는 법의 취지는 좋았지만 이로 인해 수도권 외곽지역을 포함한 동남권은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정부는 해당 법에 따라 관리지역을 과밀억제·성장관리·자연보전권역으로 세분화했고 용인·안성은 성장관리 및 자연보전권역으로, 여주·이천은 자연보전권역으로 묶이게 됐다.

자연보전권역으로 묶인 지역은 한강 수계의 수질과 녹지 등 자연환경 보전을 이유로 택지와 공업용지, 관광지 등을 조성하기 위한 사업들이 모두 제한되고 학교나 업무 및 판매용 건축물 등의 신·증설 허가도 제한된다.

특히 도시의 성장동력인 공업용지 조성사업은 6만㎡ 이하의 부지로 제한돼 많은 사업비를 들여 기반시설을 마련하고도 큰 규모의 기업이나 공장 등은 유치할 수 없게 됐다. 이에따라 3만㎡ 이하의 소규모 개발행위와 소규모 공장들만 들어서 ‘체계적 관리를 통한 자연 보존’이란 법 취지를 무색하게 해 되레 난개발에 따른 민원과 환경오염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자연보전권역에서도 첨단업종인 지식산업센터 신설과 증설이 가능토록 법을 개정했지만 물환경보전법 규제가 또 발목을 잡고 있다. 개정된 법에는 지식산업센터 신·증설이 가능하지만 단서 조항으로 폐수배출시설에 해당하지 않은 공장만으로 제한했고, 여주·이천의 경우 특별대책지역 내 수변구역에서 오염총량제에 따라 수질 개선 기술 향상과 관리가 가능해졌지만 하천과의 이격거리 1㎞ 이내 행위를 제한해 실효성이 없다.

공장 신설도 문제지만 가장 큰 규제는 증설 제한이다. 향토기업 공장 대부분 수정법 제정 이전에 건립됐지만 해당 법에 따라 증설이 불가능해 타 지역으로의 공장 이전이 속출,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실제 이천 부발읍에 본사를 두고 1985년부터 승강기를 제조 및 생산해 온 A기업은 공장 노후화, 부지·물류시설 부족 등에 따른 수익성 저하로 공장 증설을 추진했으나 수정법에 의해 좌절된 후 2022년 충북 청주시로 본사와 생산시설을 모두 이전했다.

도시계획 및 개발 전문가들은 동남권의 중첩 규제를 풀기 위해선 ‘역차별’보다 ‘역발상’을 통한 논리 개발과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수도권 지역에 집중된 중첩 규제에 대해 해당 지자체들과 정치인들은 비수도권과의 역차별이란 점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이 같은 논리는 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소멸과 맞물려 그 수명이 다했다는 평가다.

또한 21세기 인공지능(AI)시대, 4차산업혁명 등 거센 변화와 세계 초일류 국가간 기술 패권 경쟁시대에서 40여년 전 기준에 맞춰진 기계적 평등이라는 규제의 효율성도 검토해야한다는 지적이다.

도시공학전문가인 박상훈 평택대 교수는 “국토의 효율적 이용 측면과 균형발전, 분배 등을 따져볼 때 ‘역차별 논리’보단 ‘도미노 도시 발전 논리’가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 “대한민국 도시 발전의 역사가 도로와 철도망 등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수정법의 취지는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를 비수도권지역으로 분산시키기 위한 것이지만 실제론 산업기반시설과 생활인프라가 부족한 지방으로 바로 이주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어 수도권과 비수도권 사이에 위치한 동남권을 중간 기착점으로 만들기 위한 개발계획을 수립, 수도권 인구가 동남권을 거쳐 점진적으로 비수도권으로 이주할 수 있게끔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대학교 이전 및 신설 제한 규제 완화도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복수의 도시개발 전문가들은 “중첩 규제로 공장과 같은 산업기반시설이 들어 올 수 없는 상황이라면 대학교 이전 및 신설 제한 규제를 완화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환경 오염에 대한 우려가 없는 대학을 유치한다면 대학생들은 소비 주체이면서도 노동력을 제공할 수 있는 특성을 갖고 있어 중첩 규제로 생기를 잃어가는 도시에 활력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안성/민웅기기자 mu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