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민 지역사회부(여주) 차장
양동민 지역사회부(여주) 차장

여주 북내면 여강고등학교로 가는 길은 멀다. 여주시내에서 가자면 강 하나, 산 하나, 개울 하나를 넘고 건너야 한다. 학생들은 매일 시내버스를 타고 한강을 건너고, 천송동고개나 버티고개를 넘어, 금당천까지 건너 학교에 간다. 그 버스 안에는 김주완 교장선생님도 끼어 있다.

이 먼 곳에 올해 내신성적 190점이 넘는, 이른바 우수학생이 27명이나 몰려들었다. 개교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이 학교는 폐교를 걱정할 처지였다. 출생률은 떨어지고 성적이 좋은 아이들은 집 근처 학교나 인근 도시의 학교로 빠져나갔다. 면 단위 농촌학교라면 대부분 경험하는 인구 감소로 인한 전형적인 쇠퇴 위기였다.

2022년 7월, 새로 취임한 이충우 여주시장이 꺼낸 카드는 ‘기숙형 명문학교 육성’이었다. 공모를 통해 여강고에 기숙사 건립비 40억원, 교육프로그램 운영비 연 1억원이 지원됐다. 적잖은 돈이지만 미래의 주역이 될 학생들이 지역에서 자신의 미래를 마음껏 꿈꾸고, 그 꿈을 이루어낼 수 있도록 하자면 이 정도의 특단의 조치나 강력한 개선의 의지가 없으면 대도시로 빠져나가는 학생들을 막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최근 3년간 여주시가 교육 분야 사업에 들인 돈은 306억원. 이를 학생 1인당 지원액으로 환산하면 경기도 내 다른 지역과 비교해 최상위권이다. 천군만마를 얻은 학교에서는 서울에서 이름난 강사를 초빙해 수능 대비 맞춤형 컨설팅을 진행하는 등 교육역량 강화에 최선을 다했다.

그러자 여강고의 입학 지원자 수가 크게 늘었다. 올 1월 준공된 기숙사는 모집정원 80명에 100명이 지원했다. 결과도 명확했다. 기숙사 학생들의 모의고사 등급은 평균 1~1.5등급 올랐고, 2025학년도 대입에서 서울대, 의대, 포항공대, 연고대 합격자가 나왔다. 하지만 비판도 없진 않았다.

사교육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김 교장의 답변은 단호했다. “질 좋은 교육의 기회를 누리지 못한 지역의 학생들에게 동등한 교육의 기회를 준 것뿐입니다. 문제가 있다면 우리 사회나 교육 시스템 전반에 대한 성찰이 먼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예상치 못한 변화도 있었다. 여강고에 대한 평판이 좋아지면서 여강중학교 학생 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기숙형 명문고 육성 정책이 지역 교육의 생태계마저 흔들고 있는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서울 대치동에 사는 학부모로부터 입학 문의 전화가 오기도 한다는 것이다. “내년부터는 서울에서 내려온 전학생도 다닐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 여주 아이들이 피해 보는 일이 없도록 신중하게 판단하려고 합니다.” 농촌학교 교장의 고민치고는 꽤 사치스러운 고민이다.

‘기숙형 명문학교 육성’이 온전하고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여기는 이는 없다. 하지만 인구절벽에 폐교 위기를 걱정하는 지역과 학교에서 지금으로선 유일한 사다리다.

만났던 여강고 학생과 학부모님들은 하나같이 여주시의 교육지원 사업의 성과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올해 Y대학에 입학한 한 학생은 “여주시의 지원으로 생활기록부를 충실하게 채워나갈 수 있었고 사교육비도 줄일 수 있었다”는 솔직한 입학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오늘도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산 넘고 강 건너 기숙사로 향하고 있다. 누가 이들의 발걸음을 막을 수 있을까.

/양동민 지역사회부(여주) 차장 coa007@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