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모임 해체, 돌아보니 살얼음판

사람을 알려면 모임 만들어봐야

‘답사란 무엇인가’ 설전 있던 날

친구의 무책임한 태도 눈이 번쩍

김예옥 출판인
김예옥 출판인

지난달, 7년째 운영 중이던 답사 모임을 해체했다. 필자와 또래이거나 그보다 위인 일곱 명의 여자들이 한 달에 한 번 서울의 볼거리를 찾아 떠나는 자리였다. 당초 10년을 이어가겠다고 생각했지만, 뜻밖의 돌부리를 만나 좌초되었다. 인생살이도 그렇지만 소모임 역시 살얼음판을 걷듯 조심해야만 유지될까 말까 할 정도로 위태롭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감히 말할 수 있다. 사람(마음)을 알려면 모임을 만들어보라고.

처음 모임이 시작된 것은 2019년 1월이었다. 막 고등학교를 퇴직한 교사가 방에만 박혀 있으려니 너무 답답하다며 필자를 찾아왔다. 무료 강의를 해줄 테니 사람을 모아달라고 했다. 예나 지금이나 필자가 제일 못하는 게 사람 모으는 일이다. 가까스로 필자 측에서 4명, 교사 측에서 7~8명을 끌어모았다. 그렇게 교사의 안내로 첫 1년 동안 서울에 있는 4대 고궁을 비롯해 종묘, 한양도성, 남산 일대, 봉은사, 자하문, 국립박물관 등을 찾아다녔다. 교사는 한 달 내내 강의 준비에 열과 성을 다했다. 고등학생들 앞에서 강의하던 습관대로 현장에서도 비슷한 수업이 이루어졌다. 착실하지만 재미는 좀 떨어졌다. 그래서였을까? 몇 달이 지나자 참가자가 줄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손가락에서 모래알이 빠져나가듯 사라져버렸다. 교사 측에서 데려온 사람 중에서 한 명만 남았다. 모임을 지탱한 것은 필자 측 네 명이었다. 넷은 각자가 답사에 대한 이해와 흥미가 있었다. 아주 학구적인 사람부터 문화유적에 해박한 사람, 그동안 못 보았던 우리나라 유적을 몰아볼 기회가 생겼다고 좋아하는 사람, 여러 번 답사팀에 합류해봐서 한참 재미를 느끼고 있는 사람까지. 무엇보다 넷은 자기 발로 찾아와 참여 의사를 밝힌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답사 2년차가 되었을 때 교사 측 인원은 다 떨어져 나가고 우리만 남았다. 우리는 이제 전문 강사를 두지 말고 우리끼리 서울을 돌자고 의견 일치를 보았다. 그래도 넷으로는 인원이 부족할 것 같았다. 누구를 더 부를까 고민하다 필자의 대학 친구 A에게 연락을 했다. “내가 서울 답사 모임을 운영하고 있는데 너도 참여할래? 서울은 가까우면서도 사실 우리가 제대로 본 게 없잖아. 앞으로 몇 년간 서울을 돌아보려고 해.” 그 소리를 듣던 A는 “나는 모임 같은 거 싫어해. 옥죄는 것 같아 정기적으로 만나는 걸 잘 못해”하는 것이었다. 망설이는 A에게 필자는 “그냥 한번 나와봐”하면서 참여를 권유했을 것이고 A는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식으로 와봤을 것이다.

처음에는 띄엄띄엄 얼굴을 내밀던 A는 언제부턴가 매달 빠지지 않고 나오기 시작했다. 그 누구보다 열성분자가 되었다. 그러더니 A는 다른 두 사람을 더 데려왔고 그렇게 해서 총 일곱 명이 되었다.

우리는 6년 동안 재미있게 돌아다녔다. 보통 오전 10시30분에 만나서 일단 커피를 마시며 서로 인사를 나눈 다음 유적지나 박물관·미술관 구경, 영화 감상 등 그달에 정해진 일정을 소화했다. 혼자 돌며 자유롭게 감상하기도 하고 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함께 돌기도 했다. 필자는 가급적 자율성을 보장해주려고 노력했다(그게 꼭 좋은 건 아니다). 느슨한 분위기가 참여를 더 유도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지난해 말부터 필자와 A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필자의 어투가 A한테 아주 강하게 박혔던 것 같다. 예사롭게 한 말도 A는 명령으로 받아들였다. 필자가 말할 때마다 A는 예민하게 반응했고 말꼬리를 잡고 늘어졌다. 점점 이야기하기가 싫어졌고 어느 순간 확 피곤이 몰려왔다. ‘답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문제로 설전을 벌이던 어느 날, A는 “난 원래부터 답사에 아무 관심도 없었어. 네가 그냥 나와도 된다고 해서 놀러 나오는 거야. 친구들 얼굴 보고 맛있는 거 먹으려고.” 막상 문제가 되자 ‘네가 오라고 해서 왔을 뿐’이란 무책임한 태도에 필자는 눈이 번쩍 뜨였다. 핑계를 대는 친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단호함’이라고 생각했다.

/김예옥 출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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