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마을 흐리는 미꾸라지들, 단속도 잘 빠져나간다

방송 못하게 앉을 만한 곳 없애자

가게 문턱에 앉아 활동 상권 방해

순찰차 오면 피했다가 금세 모여

규제하는 규정·권한 없어 속앓이

부천역 광장에 설치된 현수막. 2025.10.23/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
부천역 광장에 설치된 현수막. 2025.10.23/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

“광장에서는 노숙자나 시민들이 계속 신고하니까 사거리쪽으로 옮기더라고요.”

23일 찾은 부천역앞. 시민들이 이용하는 북부 광장에는 ‘불법 유튜버 OUT. 시민 안전·상인 생존 위협하지 마라’는 내용의 대형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유튜버들의 성지라는 소문과는 다르게 광장은 비교적 한산했다. 하지만 역앞 생필품 가게에서 일하는 A씨는 이같이 말하며 “건너편 사거리에 있는 피노키오 광장으로 가면 쉽게 볼 수 있다”고 했다.

A씨의 설명에 따라 골목으로 들어가니 작은 광장을 둘러싸고 한손에 셀카봉을 든 채 지나다니는 남성들이 보였다. ‘유튜버 접근 금지’라고 곳곳에 쓰인 경고문이 무색하게 상가 화단 위에 삼각대를 설치한 채 카메라 앞에서 담배를 피우며 욕설을 내뱉는 무리도 있었다. 여성 2명은 주차장 입구 앞에서 노래를 틀고 춤을 추기도 했다.

이 같은 막장 유튜버들 때문에 몸살을 앓는 부천시는 최근 피노키오 광장에 있는 조형물을 철수했다. 유튜버들이 의자로 사용하거나 앉아서 머물 수 없게 하기 위해서다. ‘부천역 막장 유튜버 근절 시민대책위’가 출범해 방송을 비판하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유튜버들이 ‘두더지 잡기’처럼 단속을 피한다고 설명했다. 광장 앞에서 화장품 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광장에서 방송을 하지 못하도록 앉을 만한 곳을 다 없애 버렸더니 이제는 가게 문턱에 앉아서 방송을 한다”며 “이쪽에서 단속하면 저쪽에서 방송하는 식이라 근절이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지역에서 수년째 이어지는 유튜버들의 기행에 학을 뗐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류모(68)씨는 “가게 앞에서 술에 취한 채 시끄럽게 떠들길래 다른 곳에서 방송해달라고 부탁했더니, ‘확 패버릴까’라고 소리치면서 카메라를 들고 위협했다”며 “유튜버들은 순찰차가 단속할 때 잠깐 피하는 모습을 보이다가도 금세 모여든다”고 했다. 부천 원미구에 사는 B씨는 “사방에서 카메라를 들고 돌아다니니까 지나가다 얼굴이 찍힐까봐 찝찝하다”며 “웬만하면 이쪽 골목은 피해다니려고 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수년째 부천 일대가 유튜버들의 ‘성지’로 떠오르며 몸살을 앓고 있지만, 이들의 활동을 제한하기엔 쉽지 않다는 게 시 측의 설명이다. 시 관계자는 “관련 법에 1인 방송을 규제하는 규정이나 기초지자체에 위임된 권한이 많지 않다 보니 제한이 쉽지 않다”며 “지역구 국회의원들과 법안 개정과 관련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주영·김연태기자 mang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