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온라인 위협, 늦은 대응… 아동 디지털권리보호법 제정 시급”

24일 초록우산·경기도교육연구원·국회도서관 등 주요 연구기관 보고서를 종합 분석한 결과, 아동 유해 온라인 환경은 갈수록 심각해지나 교육 현장 대응 수준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클립아트코리아
24일 초록우산·경기도교육연구원·국회도서관 등 주요 연구기관 보고서를 종합 분석한 결과, 아동 유해 온라인 환경은 갈수록 심각해지나 교육 현장 대응 수준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클립아트코리아

딥페이크 성범죄와 유해광고, 개인정보 유출까지. 디지털 세대 아동·청소년들이 매일 마주하는 온라인 위협은 커지고 있지만, 공교육은 여전히 이론 중심의 일회성 교육에 머물러 실질적인 대응 역량을 길러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초록우산·경기도교육연구원·국회도서관 등 주요 연구기관 보고서를 종합 분석한 결과, 아동 유해 온라인 환경은 갈수록 심각해지나 교육 현장 대응 수준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도서관의 ‘데이터로 보는 아동·청소년 온라인 안전(2024)’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성인물 접촉률은 2016년 18.6%에서 2022년 40.0%로 급증했고, 중·고생의 절반가량도 유해물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3~9세 아동의 인터넷 이용률은 89.4%, 주평균 이용시간은 10시간을 넘었으며 청소년 4명 중 3명은 유튜브·틱톡 등을 통해 유해 콘텐츠와 개인정보 유출 위험에 노출된 상황이었다.

디지털 위험은 갈수록 정교해지지만,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 역량은 제자리 걸음이다. 도교육연구원의 ‘경기도 학생들의 디지털 자원 활용 수준 비교 분석(2024)’에 따르면 ‘온라인 콘텐츠 사실 여부를 구별할 수 있다’는 응답은 46.3%에 그쳤고, ‘모르겠다’는 답변도 33.6%로 3명 중 1명은 정보 진위 판별에 자신이 없었다. 학교급별 점수는 초등 48.5%, 중등 51.7%, 고등 56.9%로 학년이 높을수록 기초 활용 능력은 소폭 향상됐으나 토론 등 비판적 사고 영역에선 큰 차이가 없었다.

배경에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었다. 초록우산 아동권리옹호단이 최근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경기도의 디지털 역량 교육은 일부 지역과 학교에 국한돼 가정환경과 여건에 따라 기회 격차가 컸다.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관련 교육이 이론 중심의 일회성 강의로 진행돼 이들이 실제 상황에서 정보를 판단하거나 대응하는 역량을 키우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제도 정비 역시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다. 초록우산재단의 ‘디지털 환경에서의 아동권리 보장을 위한 법안 연구(2024)’에서는 아동 보호에 한계가 있는 현행 법체계 문제를 짚었다. 국내에는 영국·호주처럼 디지털 환경 전반을 다루는 통합법이 없어 ‘정보통신망법’, ‘개인정보 보호법’, ‘청소년 보호법’ 등 다수의 개별 법률로 흩어져 있었다. 이로 인해 딥페이크나 사이버폭력 같은 복합적 디지털 위협이 발생해도 부처별로 중복 대책이 반복되는 등 대응과 규제가 엇갈리는 점이 문제로 꼽혔다.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디지털 역량 교육 및 조례에 관한 아동 의견서 전달식’에서 초록우산 경기지역본부 아동권리옹호단 소속 아동들이 직접 마련한 의견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5.8.21 /초록우산 경기지역 본부 제공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디지털 역량 교육 및 조례에 관한 아동 의견서 전달식’에서 초록우산 경기지역본부 아동권리옹호단 소속 아동들이 직접 마련한 의견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5.8.21 /초록우산 경기지역 본부 제공

최근 당사자인 경기도 내 아동들이 경기도의회를 찾아 ‘디지털 역량 교육 강화 조례’ 제정을 직접 요구(8월22일자 5면 보도)한 것도 이런 현실을 보여준다. 초록우산 경기지역본부 아동권리옹호단은 지난 8월 ‘디지털 역량 교육 강화 조례’ 제정을 요구하며, 비판적 사고와 윤리의식을 기르는 디지털 시민성 교육의 필요성을 공론화했다.

초록우산 연구보고에 참여한 연구진들은 “아동의 디지털 환경을 권리 보장의 영역으로 인식해야 하며, 이를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아동 디지털권리기본법’ 제정과 통합 대응체계 구축 등 전담기구 설치와 협력 거버넌스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