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지선 220여일 앞 정치권 ‘기획단’ 시동
두 사람 비주류·외부자로 곧 野 통합의 기회
경선땐 보수 상징… 경기도가 실험 최적지
내년 6월3일 치러질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22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아직 이르다지만 정치권의 시계는 이미 내년을 향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추석 민심과 국정감사를 고비로 여야의 발걸음은 ‘지방선거 체제’로 접어들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조승래 사무총장을 단장으로 한 지방선거기획단을 출범시키며 공천룰 개정에 들어갔고, 국민의힘 역시 5선의 나경원 의원을 중심으로 지방선거기획단을 발족해 이미 몇 차례 회의를 갖고 시동을 걸었다.
이제부터는 후보를 선택하는 시간이다. 특히 전국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경기도지사 선거가 정국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권의 무덤’이라 불리던 경기지사직을 발판 삼아 ‘만인지상(?)’의 권력의 정점에 오른 뒤, 경기지사는 ‘대권행 고속열차’로 상징적 위상이 높아졌다. 여기에 이번 경기지사 선거는 여야의 미래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민주당은 후보군이 넘친다. 김동연 현 지사의 재선 도전이 유력하고, 추미애·조정식·염태영·김병주 의원 등 중량급 인사들이 줄줄이 거론된다. 반면 국민의힘은 뚜렷한 주자가 보이지 않는다. 안철수·김은혜·송석준·김성원 의원의 이름이 오르고 있으나 개헌 저지선 붕괴 위기 속 의석수를 지키기도 버거운 상황이다. 원외 유승민 전 의원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으나 세 확산의 동력은 아직 미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지방선거의 본질은 단순한 인물대결이 아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거대 여당의 일방통행, 사법개혁이라는 이름의 대법관 증원안과 검찰청 해체 논의는 국민의 ‘견제본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수도권 선거의 역사에서 언제나 여당의 독주는 견제심리로 되돌아왔다. 내년 지방선거 역시 예외가 아닐 것이다.
문제는 야당이 견제의 대안을 제시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점이다. 국민의힘은 지금처럼 분열된 채로는 민주당의 공세를 막기 어렵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정권심판론’의 구호가 아니라 보수의 ‘통합 가치’ 위에 세워진 신뢰의 리더십이다. 그 중심에 설만한 인물이 있다면, 바로 한동훈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 정도가 아닐까.
두 사람은 현재 야권의 ‘비주류’를 대표하지만, 그만큼 정치적 확장성을 갖고 있다. 한 전 대표는 합리적 보수 이미지와 대중적 인지도를 동시에 지닌 인물이다. 윤석열 정부 시절 법무장관으로서 ‘공정’과 ‘정의’를 화두로 삼았고 젊은 세대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정치언어를 구사하고 그래서 ‘미래형 정치인’으로 꼽힌다. 반면 유승민 전 의원은 경제통이자 정책형 정치인으로 합리적 보수의 이성적 대안을 제시해왔다. 그가 보여온 ‘원칙의 정치’는 여야를 막론하고 존중받아왔다.
이 두 사람의 공통점은 당내 비주류이자, ‘당권 외부자’라는 점이며 그 차이는 곧 통합의 기회가 된다. 한동훈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앙금을 털고 돌아온다면 보수의 핵심을 다시 묶을 수 있다. 유승민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과거를 넘어 화해의 메시지를 낸다면 합리적 중도보수의 확장 가능성이 열린다. 그래서 두 사람을 경선 시키면 과거의 분열을 넘어 미래의 보수를 새로 쓰는 상징적 장면이 될 것이다.
경기도는 그 실험의 최적 무대다. 수도권 중심의 민심, 중도 성향이 강한 유권자, 그리고 여야 경쟁이 가능한 구조는 ‘견제와 균형’의 정치가 작동할 여지가 있다. 만약 국민의힘이 한동훈과 유승민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정책연대’ 혹은 ‘경선연합’을 시도한다면 민주당 일색의 판세에 균열을 낼 수 있다고 본다.
이제 보수정치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과거의 진영논리에 머물러 스스로를 소모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통합의 에너지를 만들어 견제의 균형추를 세울 것인가. 정치는 결국 ‘균형의 예술’이다. 견제 없는 권력은 부패하고 비판 없는 정치는 사라진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진정한 야당으로서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고 싶다면 두 사람의 경쟁력으로 통합의 첫걸음을 떼면 어떨까. 정보를 찾아다니며 전달하는 사람의 생각이다.
/정의종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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