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책 ‘학습된 불안’
10·15 발표전 ‘예상지’ 집값 급등
‘과천 주공10’ 올해초보다 6억 ↑
‘누를수록 상승’… 文 정부때 기억
경기남부 신도시 세입자도 악재
“전세 대출 완화·공급 우선 돼야”
“난 이 게임을 해봤어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2에서 주인공 성기훈이 두 번째 게임에 뛰어들며 남긴 이 대사는 이번 부동산 시장에도 겹쳐진다.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규제가 오히려 집값을 자극했던 결과를 학습한 수요자들이 이번엔 정부의 10·15 대책이 시행되기 전 서둘러 집을 사들이는 선제 매수전에 나선 것이다.
지난 24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0월 셋째 주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경기도 아파트값은 직전 주 대비 0.16%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서울은 0.5% 오르며 집계 이래 최고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같은 기록적인 상승의 중심에는 지난 15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규제 대책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앞서 부동산 시장에는 추석 연휴를 전후로 서울과 도내 일부 지자체에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이 발표될 것이란 전망이 있었다. 이에 규제 예상지로 꼽혔던 성남 분당(1.78%), 과천(1.48%), 용인 수지(0.41%), 수원 영통(0.33%) 등은 발표 직전 ‘막차 매수’가 집중되며 단기간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오는 2031년 1월 입주 예정인 ‘래미안 원마제스티’가 들어설 재개발 예정지 과천 주공10단지 아파트는 124㎡(약 37평) 기준으로 올해 초 30억원 대에 거래됐지만 규제 발표날인 지난 15일 36억원이 넘는 금액에 거래가 이루어졌다.
하남 위례신도시 신안인스빌아스트로 역시 96㎡(약 30평) 기준으로 올해 초 15억원 대에 거래됐지만 규제 발표 다음날인 지난 16일 19억원에 거래가 이루어졌다.
현장의 반응은 새삼 놀랍지 않다는 분위기다. 이미 지난 문재인 정권 때 다 학습한 결과라는 것이다. 지난 2017년 집권 초부터 문재인 정부는 6·19 대책, 8·2대책 등을 연달아 내놓고 이듬해엔 9·13 대책, 또 2020년엔 6·17대책 등 크고 작은 부동산 규제 정책을 연달아 내놨지만 그때마다 돌아온 것은 수도권 집값 상승이었다. 분당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당시 유행했던 말이 ‘벼락거지’ 였다”며 “유주택자는 앉아서 돈 벌고, 무주택자는 주택 매매를 꿈도 못 꾸게 됐다는 말인데 이번 정부 역시 당시와 동일한 부동산 정책 포지션을 취하니 사람들이 서둘러 집을 구매하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반복되자 불안해지는 것은 무주택 세입자들이다. 매매가가 오르면 전세가도 따라 오르기 때문이다. 10월 셋째 주 경기도 아파트 전세 가격은 직전 주 대비 0.09% 상승했다. 특히 하남(0.57%), 과천(0.37%), 성남 분당(0.27%) 등 신축 단지와 학군지를 중심으로 매물 감소와 수요 증가가 발생했다. 규제 지역으로 묶인 용인 수지, 수원 영통 등 경기 남부권의 신도시 내 부동산에서는 ‘귀한 매물 모신다’며 전세 매물을 찾고 있지만 씨가 말랐다는 평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지금 집을 사는 사람들은 투기세력보다 전세가를 버티지 못하고 생존 매수에 나선 실수요자”라며 “실질적인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선 전세대출 규제 완화와 공급 대책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경인일보 Copyright ⓒ 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