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씨알이, 기부채납 형태 행정청사 건립
‘지역상생’ 신축 전국적 모범 사례 기록
올해 말 기공식… 2029년 기반시설 조성
인천의 중심에서 행정을 이끌어온 미추홀구 청사는 1950년대 교육시설로 지어진 건물을 1991년부터 청사로 사용해 왔다. 반세기 넘는 세월 동안 구민의 민원을 처리하며 지역 발전의 중심이 돼왔지만 노후된 건물과 협소한 공간은 행정 효율성과 안전성 모두 위협하고 있었다. 본관 1·2·3청사와 의회 청사, 숭의보건지소 등에 부서가 흩어져 있어 주민들이 민원 업무를 처리하려면 여러 건물을 오가야 했고, 주차 공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게다가 건물의 안전 등급은 최하위인 E등급으로 판정돼 더 이상 청사 신축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었다.
구청을 새로 짓는 일은 쉽지 않은 큰 과업이다. 막대한 재정이 필요한 일임은 불보듯 뻔하다. 그런데도 구민들의 오랜 염원과 역대 구청장들의 끈질긴 의지로 신청사 건립은 다시 시동을 걸게 됐다. 2000년대 초 여러 차례 신청사 건립을 추진했으나 번번이 무산됐고, 2021년 민간과 도시개발사업 방식을 통해 다시 시도했지만 각종 제약으로 끝내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신청사 건립은 44만 구민 모두의 미완의 숙제로 남게 됐다.
민선 8기 출범 이후 “당장 예산이 없어도 준비는 한다”라는 각오로 청사 신축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행정안전부 타당성 조사와 중앙투자심사를 차례로 통과하며 행정 절차를 하나씩 밟아나갔고, 2024년 중앙투자심사 통과로 건립의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재정이었다. 재정자립도 14%, 재정자주도 30% 수준의 열악한 재정 여건에서 수백억원이 드는 청사 건립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구는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며 재정 부담 없는 대안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전환점은 지난 2월에 찾아왔다. 과거 미추홀구 학익동에 있었던 동양제철화학(현 OCI)의 부동산 개발사인 (주)디씨알이(DCRE)가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위해 공공기여 방식으로 신청사 건립을 제안한 것이다. 재정 문제로 고심하던 우리 구에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구는 곧바로 (주)디씨알이와 신청사 건립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총 800억원 규모의 청사를 기부채납 형태로 건립하기로 했다. 구 재정을 한 푼도 투입하지 않고 행정청사를 신축하는 전국적인 모범 사례가 된 것이다.
이번 사례는 지방재정의 한계를 극복하고 민간 개발의 공공성을 확보한 혁신적 모델이자 지역사회 상생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MOU 체결 이후 신청사 건립은 급물살을 탔고 구와 (주)디씨알이는 조속한 착공을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며 속도를 높였다. 2025년 7월 신청사 건축통합심의를 통과했으며 현재 건축허가 절차가 진행 중이다. 오는 12월 기공식을 시작으로 공사를 본격화하고 2028년 청사 이전, 2029년 기반 시설 조성을 끝으로 사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은 단순한 건축이 아니라 ‘재정 혁신·행정 효율화·주민편익 증진’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한 성공적인 행정 모델이다. ‘미추홀구 신청사 무상건립’은 재정 한계를 행정의 창의성과 협력으로 돌파한 대표적 성과다. 44만 구민의 오랜 염원을 지역기업의 공공기여로 실현한 ‘상생행정’의 결실이기도 하다.
새 청사는 지하 2층, 지상 8층, 연면적 약 2만6천㎡ 규모로 건립된다. 흩어져 있던 부서를 한 공간에 통합해 행정 효율성을 높이고 주민은 한 번의 방문으로 모든 민원을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주차 공간도 대폭 확충되며 건물 전면에는 공원과 광장이 조성된다. 주민이 머물고 휴식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원도심 내 부족한 녹지와 여가 공간의 기능도 함께 담당할 예정이다. 기존 운동장과 체육시설은 유지되어 생활체육 활동도 이어진다.
새 청사는 행정의 중심이자 주민의 일상 속 쉼터로 미추홀의 도시 경쟁력과 품격을 한 단계 높이는 상징이 될 것이다. 구는 이번 신청사 건립을 계기로 효율적이고 지속할 수 있는 행정 체계를 구축해 구민이 체감하는 변화를 만들어 갈 것이다.
미래 100년을 내다보는 행정의 중심, 그 출발점이 바로 ‘미추홀구 신청사’다.
/이영훈 인천 미추홀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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