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성희롱 발언 잘못이나 제명은 부당’ 판결
분리 원칙불구 피해 직원과 임시 동선 분리뿐
“규모 작은 특성상 마주치지 않는 건 불가능”
의원간 성폭력 문제도 해법 모호… 개선 목소리
성희롱 발언을 한 용인시의회 김운봉(국) 의원이 법원으로부터 제명 처분은 부당하다는 판단(10월2일자 8면 보도)을 받은 지 20여 일만에 시의회로 복귀했다.
이에 따라 성폭력 피해 발생 시 피해·가해자 분리는 기본 원칙임에도 함께 근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기초의회 의원이 가해자인 사건의 경우 제명되지 않는 한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사실상 부재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지난 1일 수원지방법원에 제기한 제명 의결 처분 취소 소송 1심 판결에서 시의회 사무국 직원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 잘못이 있지만 제명 처분은 과도하다는 판단을 받았다. 이와관련 시의회는 지난 24일 항소했지만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이번 판결이 사실상 최종심이 되지않겠냐는 관측이다.
김 의원이 지난 27일 복귀함에 따라 시의회는 사무국 직원인 피해자가 같은 층에서 근무하지 않도록 임시 조처로 동선을 분리했다. 그러나 규모가 작은 기초의회 특성상 마주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구나 피해자를 도운 이들은 업무 특성상 동선 분리도 어렵다.
법원이 김 의원의 발언이 성희롱에 해당,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지만 피해 직원의 근무 환경이나 추후 받게 될 정신적 고통 등은 전혀 고려치 않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또 올해 논란이 된 의원들 간 성폭력 문제 역시 가해-피해 의원을 완벽히 분리시킬 해법을 찾지 못했다. 본회의장 입장 시 순차를 두거나 매달 진행하는 여야 의원들간 월례회의에 피해 의원이 참석하지 않는 등 임시방편이어서 피해자가 견뎌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시의회 한 관계자는 “사실상 가해자와 피해자의 완전 분리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고 마땅한 방법이 없어 난감하다. 피해자는 잘못이 없는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같이 시의회 내에서 연이어 성 비위 문제가 발생하자 피해자 회복 지원을 위한 조례가 제정되기도 했다.
이윤미 운영위원장은 지방의회 내에서 발생한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심리상담(1건당 400만원)과 의료비 지원(1건당 500만원), 피해자지원심의위원회 설치, 피해자 정보 보호 및 비공개 심의 원칙 등이 담긴 ‘용인시의회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스토킹 피해자 치유 및 회복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조례는 지난 24일 제296회 본회의에서 통과됐으며, 기초의회 내 성폭력을 예방하고 의회에서 근무하는 이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명시했다는 점에서 선도적이라는 평가다.
다만 앞선 두건의 사건 피해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초기 조례안에는 부칙으로 적용받을 수 있도록했지만 심사 과정에서 해당 조례가 특정 인물을 위한 것이 될 수 있고, 시민 세금으로 피해자를 지원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등의 의견이 나오면서 삭제됐다.
용인/오수진기자 nur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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