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중고차 시장 급성장, 작년 28만대 거래
3천억 내외 세수 발생… 지역 발전 한몫 불구
수용 부지 협소, 추가로 대형 집적 매장 필요
얼마 전 사회부 후배가 ‘신흥 중고차 성지의 명암’이란 제목의 기획 기사를 세 차례에 걸쳐 썼다. 급속도로 성장한 수원 중고차 시장의 발전과 현재의 모습, 그리고 전문가 제언을 통한 대안을 제시했다. 수원에서 나고 자란 필자에게 수원 중고차 시장은 기획 기사가 출고되기 전까지 ‘허위매물’ 등 불법적인 판매행위가 이뤄지는 곳이란 인식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사를 통해 알게 된 수원 중고차 시장의 모습은 천지개벽 수준의 변화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느껴졌다.
도이치오토월드와 SKV1모터스가 2020년 초 서수원 일대에 문을 열었다. 단일 건물 기준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중고차 판매 사업장이기도 한 도이치오토월드의 출현은 매매상사별로 나뉘어 경쟁 관계 속에 개별 판매를 펼치던 수원 중고차 시장을 대규모 집적 판매로 전환한 일대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2019년까지 전국 대비 수원 중고차 시장 점유율은 10%에 불과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도이치오토월드와 SKV1모터스가 들어선 2020년 이후 단 1년 만에 23만87대(2021년)로 거래랑이 78% 늘어나더니 매년 안정적인 성장을 거듭해 지난해엔 수원에서 28만1천644대가 거래되면서 ‘중고차 성지’로 떠올랐다.
수원에는 292개 등록 중고차 상사가 활동 중이며 이들 상사에서 일하는 딜러만 6천165명에 달한다. 딜러 외 종사자(사무직 등)까지 포함하면 7천여 명이 수원 중고차 시장에서 종사한다.
이런 가운데 올해 4월 기준 중고차 매매건수 전국 1위에서 15위 업체 중 도이치오토월드에서 활동하는 상사가 11곳, 2곳은 SKV1모터스, 1곳은 또 다른 수원 대형매장 오토갤러리로 수원지역 중고차 상사가 순위권을 석권했다.
현대화된 시설뿐만 아니라 경기도자동차매매사업조합 수원시지부의 노력도 한몫했다.
온라인 플랫폼에 허위 매물 광고를 게재한 뒤 다른 차량을 판매하는 이른바 허위매물 딜러의 종사원증을 영구 박탈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이전등록비 정산 투명화, 전국 최초 중고 자동차 품질 보증제 도입 등 소비자가 안심하고 차량을 구매할 수 있도록 중고차 시장 선진화에 앞장선 부분이 지금의 시장을 만들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처럼 수원 중고차 시장은 전국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하며 수원시 발전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고차 대당 평균 가격을 1천800만원으로 잡으면 대당 발생하는 취득세는 120만원 가량으로, 이를 지난해 수원 중고차 총 판매량에 곱해보면 3천억원 내외의 세수가 발생한 것으로 계산된다. 이 규모의 세수라면 지역에 대기업이 법인세를 납부하는 것과 동등한 효과를 낸다.
다만, 취득세는 구매자의 주민등록지에 귀속되기 때문에 수원에서 팔린 중고차의 세수 외부 유출이 80%가량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 이는 해결해야 할 숙제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급속한 발전을 인프라가 따라잡지 못한다는 것이다. 중고차가 넘쳐나며 물건을 수용할 주차장 부지가 모자라고 관리가 어려워졌다.
차량 계약 후 제조·판매가 이뤄지는 신차와 달리 중고차는 차량을 확보해야 판매할 수 있다. 따라서 확보한 차량을 주차할 공간은 필수다. 수요를 뒷받침할 추가 대형 집적 매장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이유다.
전문가들 역시 이미 대기업 수준의 세수가 중고차 매매를 통해 발생하고 있는 만큼, 시대 흐름에 맞춰 현대화된 시설의 추가 대형 매장을 갖추고 넘치는 중고차를 수용할 주차시설이 마련된다면 수원 중고차 시장이 전국 최대 시장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수원 중고차 시장은 매년 400억~500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내면서 지역 경제가 발전하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 하루빨리 대형 집적 매장 조성 등을 위한 관련 기관의 실태 조사와 함께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는 토론회, 무엇보다 지자체 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할 때다.
/이상훈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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