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역·경기도 12개 지역 규제… 경기 남부 ‘과잉’ 반응

‘풍선효과 기대’ 화성·안양 만안구·수원 권선구 소폭 상승

실제로는 자금 경색 탓에 거래 확산까지는 이어지지 못해

文 정부 규제직후 집값 상승 학습 효과 이번에도 작용 분석

전문가들 ‘세제·공급·금융의 균형 조정’이 병행돼야 강조

국토부장관, 국감서 신규공급 전담기구·체계 상시화 밝혀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

10·15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보름째, 정부가 예고 없이 수도권 핵심지를 한꺼번에 규제망에 포함시키자 시장은 잠시 멈칫했다. 그러나 실제 흐름은 이미 그 이전부터 움직이고 있었다. 규제 발표 전엔 ‘막차 매수’가, 발표 후엔 ‘관망세’가 동시에 나타나며 시장을 진정시키기보다 혼선을 키웠다는 평가도 나온다.

■ 예고 없이 덮친 ‘전면 규제’… 수도권 핵심지까지 한꺼번에 묶였다

지난 15일 정부는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 확대’와 ‘토지거래허가구역 추가 지정’을 골자로 하는 강력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서울 전역과 함께 경기도 12개 지역(과천, 광명, 성남 분당·수정·중원구, 수원 영통·장안·팔달구, 안양 동안구, 용인 수지구, 의왕, 하남)이 규제망에 포함됐다.

규제의 핵심은 돈줄을 조여 시장을 멈추게 하는 방식이었다. 대출 규제와 거래 제한, 실거주 의무를 한꺼번에 묶은 이른바 삼중 규제로 시행 이후 규제지역 내 매수세는 빠르게 감소했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기존 70%에서 40%로 낮아졌고 총부채상환비율(DTI)도 같은 수준으로 줄었다. 한 채 이상 집을 가진 사람은 추가로 대출을 받을 수 없으며 주택을 살 때 적용되는 취득세와 양도소득세가 모두 중과된다. 이와 함께 분양권 전매제한이 3년으로 강화돼 단기 매매 차익을 노린 거래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과거와 달리 정부의 규제 범위가 한번에 넓어진 만큼 시장의 충격도 컸다. 특히 규제의 주요 타깃으로 지목되던 경기 남부지역은 실수요자까지 옥죄는 과잉규제라는 반응이 잇따랐다. 수원 영통, 용인 수지 등 올해 들어 상대적으로 거래가 활발했던 지역은 거래가 급감했고 열기는 급격히 식었다.

반면 규제를 비켜간 지역에선 잠시 반대의 흐름이 나타났다. 화성 동탄2신도시, 안산, 구리, 남양주 등 교통망 확충이 예정된 지역에서는 발표 직후부터 매수 문의가 폭증했다. 도내 부동산 시장은 이번에도 풍선효과가 시작됐다는 전망이 빠르게 퍼졌다. 동탄2신도시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수원이나 용인에서 밀려온 실수요자들이 하루 수십 통씩 전화를 걸어온다”며 “매물은 없고 호가만 오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장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일각에선 규제로 묶인 지역까지 1급지, 비규제 지역은 2급지라며 자조 섞인 반응이 나타났고, ‘지금이 탈출 시점’이라며 팔려는 사람들도 공존했다.

■ 관망으로 돌아선 시장, 비규제 지역도 기대에 못 미쳐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2주가 지나자 부동산 시장은 빠르게 관망세로 돌아섰다. ‘확대 지정’으로 불리는 이번 규제의 효과가 본격화하면서 매매 시장은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30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0월 4주(10월 27일 기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수도권 전체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14% 상승하는 데 그쳤다. 경기도는 0.12%로 여전히 오름세를 보였으나 상승 폭은 눈에 띄게 둔화됐다. 서울(0.23%)과 인천(0.02%) 역시 전주 대비 상승률이 줄며 규제 효과가 일정 부분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 그래프 참조

다만 규제의 속도조절 효과를 정책의 성과로 단정하긴 어렵다. 시장은 발표 전부터 이미 ‘선제 매수’로 과열된 상태였다. 성남 분당은 10월 들어 2주 연속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2주차엔 1.53%, 3주차엔 1.78%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과천 역시 같은 기간 1.16%에서 1.48%로 오르며 강세를 이어갔고, 광명(0.62%→0.76%)·용인 수지(0.35%→0.41%)·수원 영통(0.28%→0.33%) 등도 연쇄 상승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규제 직후 오히려 집값이 오르던 ‘학습효과’가 이번에도 작용했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규제 시행 전 ‘지금 아니면 늦는다’는 불안 심리가 단기간 매수세로 이어진 것이다.

반면 풍선효과가 기대됐던 화성, 안양 만안구, 수원 권선구 등은 생각만큼의 반사 이익을 누리지 못했다. 화성은 전주 보합세를 유지하다 0.13% 오름세를 보였고, 안양 만안구는 0.30%에서 0.37%로 소폭 상승했다. 수원 권선구 역시 0.04%에서 0.08%로 상승 폭이 제한적이었다. 대출 규제를 피하려는 실수요와 투자 수요가 겹치며 비규제 지역의 호가가 오를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실제 시장은 관망세와 자금 경색 탓에 거래 확산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러나 비규제 지역 내 속칭 ‘대장 아파트’라 불리는 일부 단지들은 실제 거래량이 증가했고 매매가 역시 소폭 상승한 것으로 관측됐다. 안양시 만안구에 위치한 ‘래미안안양메가트리아’는 최근 일주일 사이 21건의 거래가 이뤄지며 경기도 내 최다 거래 건수를 기록했다. 해당 아파트 112㎡ A형, 113㎡ C형(34평형) 매물 가운데 10월 15일 이후 체결된 10건은 규제 전 9억원 초반대에 거래되던 수준에서 9억원 중후반까지 가격이 오른 것을 볼 수 있다. 같은 기간 10건의 거래가 이뤄진 동탄2신도시 ‘동탄역시범우남퍼스트빌’ 역시 전용면적과 관계없이 매매가격이 많게는 5천만~6천만원 가량 상승했다.

■ 규제만으론 한계, 세제·공급·금융이 함께 가야

10·15 대책 이후 전문가들은 시장이 이미 학습효과를 통해 규제의 한계를 경험한 만큼 이번엔 세제·공급·금융의 균형 조정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임재만 세종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효과적인 규제를 위해선 세제 개편이 함께 가야 시장 안정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출 규제만으로는 집값 상승 경로를 완전히 차단하기 어렵다”며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양도세·임대소득세 등을 종합적으로 손보는 세제 개편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이번 시장 불안을 단기 규제보다 구조적 공급 부족에서 찾았다. 고 원장은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전세가부터 잡아야 하고 전세를 잡으려면 공급을 늘려야 한다”며 “전세는 투기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공급만 충분하면 가격이 자연히 안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대출 규제에만 초점을 맞추면 시장이 일시적으로 멈출 뿐 실수요자의 주거 불안은 계속된다”며 “공공임대·도시정비사업 등 실질적인 주택공급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시장 안팎에서 공급 확대 필요성이 제기되자 정부도 속도전에 나서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9·7 대책을 통해 2030년까지 수도권에 135만 가구를 신규 착공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 개발 계획이 명확하지 않다는 비판이 뒤따르자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9일 국정감사에서 국토부 내에 ‘주택공급본부’와 같은 전담 조직을 신설해 공급 체계를 상시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한 LH 역시 실무 집행 시스템을 구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부총리와 국토부 장관이 주관하는 ‘부동산 공급 장관회의’를 제안해 전 부처의 역량을 총동원할 계획”이라며 “공급에 관한 한 국토부가 명운을 걸겠다”고 말했다.

결국 전문가들은 규제와 공급, 조세와 금융이 따로 움직이는 한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대책이 진정한 주택시장 안정을 이루려면 정부의 공급 속도전이 실질적 결과로 이어지고 세제 개편을 통한 거래 정상화가 뒤따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