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공지능)에 세상이 빨려 들어가는 듯하다. AI튜터·AI헬스케어·AI반도체·AI팩토리… AI와의 컬래버레이션은 영역을 초월한다. 요즘은 접두어 AI가 수식해줘야 관심을 끈다고 자조한다. AI의 등장은 산업 전반에 걸친 혁신적 변화의 기대감을 높였다. 이면에는 실업문제라는 불가피한 양면적 현실이 존재한다. 맥킨지 글로벌연구소는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8억개의 일자리가 AI에 의해 대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선진국 60%의 직업이 AI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IMF(국제통화기금)의 전망은 위협적이다.
AI발(發) 대량 해고는 현실이다. 특히 미국 빅테크들의 해고 칼날이 매섭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은 최근 1만4천명에 업무종료 이메일을 보냈다. 2022년 말 2만7천명에 이어 3년 만에 또 찬바람이다. 향후 전체 직원 150만명 중 50만명을 대체한다는 내부계획은 가혹하다. 올해 6천명을 줄인 마이크로소프트(MS)도 최근 9천명 추가 감원 계획을 내놨다. 제너럴모터스(GM)는 29일(현지시간) 내년 1월 3천300명 해고안을 밝혔다. 이 중 1천700명은 무기한 해고통지서를 받을 위기다.
한국도 해고의 그림자가 짙다. KT는 작년 말부터 2천800여명이 희망퇴직으로 짐을 쌌다. 1천700명은 자회사로 보냈다. LG유플러스도 올 3분기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600여명에게 희망퇴직을 유도했다. 전체 인력의 5.7% 규모다. 4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도 조직 다이어트 중이다. 2023년 2천20명이 희망퇴직했고, 이듬해 신입사원은 1천880명에 그쳤다. 지난해는 1천596명을 내보내고 올해 1천185명만 채용했다. 수치상 2년간 551명의 자리가 사라졌다.
제지공장 안에서 혼자 일하는 사람. 엄밀히, 자동화 기계들과 일하고 있다. 언제라도 기계에 대체될 수 있어 위태롭다. 영화 ‘어쩔수가없다’(감독 박찬욱·2025)의 한 장면이다. 해고된 만수(이병헌 분)가 재취업에 도전하는 사이, 공장은 이미 사람의 노동 흔적을 지워버렸다. 생존을 위한 필사의 몸부림에 비해 공허하고 씁쓸하다. 인간이 만든 도구 AI가 인간의 설자리를 차지하려 한다. 기업들은 AI를 대량 해고의 명분으로 삼는다. 본말이 전도된 형국이다. AI 시대, 인간성 회복과 기업윤리가 융합되어야 인류를 지탱할 수 있다. 기술 발전은 인간을 위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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