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앞 문방구 찾는 블로거 장민주씨

나트랑·뉴욕 등서 찾아다니며 취미

“문방구는 학교 근처가 답” 깨달아

 

학창시절 사장님들 귀찮게 했던 빚

문방구 방문하면 꼭 무언가 사서 나와

지도 있는 곳들 실제론 문닫혀 있기도

“더 찾아가고파, 우리 곁 머물러주길”

제가 기억하는 학교 앞 문방구는 ‘문구박사’라는 곳이었습니다. 학교 정문 앞에 있어 집에 가는 길이면 무조건 들러야 했죠. 저는 게임기보다는 불량식품을 좋아했습니다. 먹으면 혓바닥이 파랗게 되는 페인트 사탕, 피카츄와 고라파덕 모양을 뽑을 수 있었던 달고나 기계, 이온음료인듯 이온음료는 아닌 아미노쿨 등 종류도 다양했습니다. 80년대, 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추억의 문방구 하나쯤 있을 겁니다. 우리는 학창시절을 문방구와 함께 보낸 ‘문방구 키즈’이기 때문입니다.

성남 꿈돌이 사장님은 우리와 같은 문방구 키즈들을 기억합니다. 가끔 사회인이 되어 찾아오기도 하는데, 그런 친구들을 보며 그 시절을 떠올리곤 하죠. 문방구 키즈들도 마찬가집니다. 학교 앞에 있던 문방구는 대부분 사라졌지만, 문득 길을 걷다 오래된 동네 문방구를 보면 불량식품 하나, 게임기에서 나온 메달 하나에도 행복했던 그 시절 자신을 추억합니다.

충청북도 제천시 장락동에 위치한 장락문구. 장락문구는 블로그 ‘문방구 아줌마’의 장민주씨가 학창시절 다녔던 학교 앞 문방구다. 사진은 장락문구를 방문한 민주씨 모습. /블로그 ‘문방구 아줌마’ 캡처
충청북도 제천시 장락동에 위치한 장락문구. 장락문구는 블로그 ‘문방구 아줌마’의 장민주씨가 학창시절 다녔던 학교 앞 문방구다. 사진은 장락문구를 방문한 민주씨 모습. /블로그 ‘문방구 아줌마’ 캡처

“안녕하세요, 저는 옛날 학교 앞 문방구를 찾아 다니는 서른 한 살 블로거 ‘문방구 아줌마’ 장민주입니다. 저는 여행을 떠나면 꼭 그곳의 문방구를 가곤합니다. 문구를 수집하는 취미는 아니고, 옛날 제가 기억하는 학교 앞 문방구 분위기를 느끼고 싶기 때문이죠. 순천 여행을 갔다 만난 문방구, 학창시절 다니던 제천 장락문구 등 여러 문방구가 기억나네요. 아쉽게도 오래된 문방구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지도에서 문방구를 찾고 시간을 내어 찾아갔지만, 이미 문을 닫은 곳들도 많았어요. 옛날 문방구들이 조금만 더 그 자리에 머물러 준다면, 시간이 흘러 아이와 함께 가보고 싶네요.”

고양시 화정동 화중초등학교 앞에 있는 이화문구 프라자. 민주씨는 3번의 방문 끝에 내부를 둘러볼 수 있었다. /블로그 ‘문방구 아줌마’ 캡처
고양시 화정동 화중초등학교 앞에 있는 이화문구 프라자. 민주씨는 3번의 방문 끝에 내부를 둘러볼 수 있었다. /블로그 ‘문방구 아줌마’ 캡처

고양시 화정동 화중초등학교 앞에는 ‘이화문구 프라자’가 있습니다. 민주씨가 3번의 도전 끝에 방문한 곳입니다. 2번이나 찾아갔지만, 문이 닫혀있어서였죠. 민주씨는 지도 애플리케이션에 나오는 로드뷰를 통해 학교 앞 문방구를 찾고, 직접 가봅니다. 그 과정을 자신의 블로그에 기록하는데 가끔 블로그를 찾는 이웃들이 문방구의 소식을 전해주기도 합니다. 이화문구 프라자는 꿈돌이문구완구처럼 초등학교 앞에 있는 ‘학교 앞 문방구’ 였습니다. 민주씨가 방문했을 때 내부에는 옛날 장난감과 엽서 등이 꽤 있었다고 합니다.

“문방구를 가면 꼭 무언가를 사서 나와요. 학창시절 매일 학교 앞 문방구에서 ‘아이(eye)쇼핑’을 하면서 사장님을 귀찮게 했던 빚을 갚는 일이라 생각하거든요. 이화문구 프라자에서는 오래된 홀맨 인형이 있었는데 고민하다 안 샀는데 지금도 눈 앞에 아른거리네요”

고양 이화문구 프라자를 방문한 민주씨가 구매를 고민했던 홀맨. /블로그 ‘문방구 아줌마’ 캡처
고양 이화문구 프라자를 방문한 민주씨가 구매를 고민했던 홀맨. /블로그 ‘문방구 아줌마’ 캡처

2000년대 초반에 학창시절을 보낸 민주씨는 ‘문방구 키즈’ 입니다. 등교할 때 문방구에서 학교 준비물을 사고 학교가 끝나면 문방구 앞을 지켰던 그 시절 아이들 중 한 명입니다. 민주씨는 문방구 키즈답게, 초등학생들의 정체성은 문방구와 분식집에 있다고 말합니다. 문방구와 분식집은 그 시절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매일 방문했던 곳이기 때문이죠.

민주씨의 문방구 사랑은 국내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문방구를 주제로 한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해외여행을 다닐 때 그 동네 문방구를 찾아다녔고 그때의 찍은 사진을 보면서 문방구에 대한 그리움을 깨닫게 됐습니다. 신혼여행을 떠났던 베트남 나트랑에서 문방구를 찾아 연필과 노트를 구했고 20일간 이뤄진 뉴욕여행에서는 모두 6곳의 문방구를 찾아 다녔습니다. 뉴욕 문방구를 찾으며, 민주씨는 ‘문방구는 역시 학교 근처가 답’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합니다.

민주씨가 뉴욕 여행 중 찾은 문방구 내부 모습./블로그 ‘문방구 아줌마’ 캡처
민주씨가 뉴욕 여행 중 찾은 문방구 내부 모습./블로그 ‘문방구 아줌마’ 캡처

민주씨가 기억하는 학창시절 마지막 문방구는 충청북도 제천시에 있습니다. 바로 장락초등학교 앞에 있는 ‘장락문구’입니다.

“초등학생 때 매일 학교 끝나고 들렀던 곳이에요. 새로 들어온 문구는 뭐가 있나 보고 불량식품도 매번 사먹었죠. 지금은 제천을 떠났지만, 가끔 할머니를 뵈러 갈때면 방문하는데 20년의 세월이 담긴 문방구가 여전히 있어 반갑고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고요”

장락문구는 아직도 운영을 하고 있지만, 민주씨가 답사를 계획했던 문방구 중 많은 곳이 찾아가기 전에 문을 닫았습니다. 이제는 옛날처럼 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문방구에서 준비물을 사지도 않아서죠. 문방구를 애정하는 민주씨조차도 당장 필요한 문구는 온라인에서 구매하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꿈돌이 사장님의 말처럼, 이제는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일지도 모릅니다.

민주씨가 방문한 양평군 우리들세상 문방구 내부 모습./블로그 ‘문방구 아줌마’ 캡처
민주씨가 방문한 양평군 우리들세상 문방구 내부 모습./블로그 ‘문방구 아줌마’ 캡처

하지만 문방구 키즈인 민주씨는 여전히 추억이 담긴 문방구를 기억하고, 그런 문방구를 찾는 여정을 계속할겁니다.

“나중에 아이가 조금 더 크면 함께 문방구를 찾아 다니며 추억을 쌓고 싶어요. 앞으로 더 많은 옛날 문방구를 방문하기까지 문방구들이 조금 더 오랜 시간 머물렀으면 하는 소망입니다”

/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