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광주 곤지암읍에 위치한 소머리국밥집들 위치도. /광주시 제공
경기광주 곤지암읍에 위치한 소머리국밥집들 위치도. /광주시 제공

경기 광주를 대표하는 음식하면 통상 ‘민물매운탕’을 떠올리지만, 이 고장의 진짜 맛을 보여주는 음식은 또 있다. 바로 ‘곤지암 소머리국밥’이다.

곤지암읍을 중심으로 조성된 소머리국밥거리는 오래된 식당들이 모여 ‘국밥 골목’을 이루고 있다. 대부분이 수십 년의 세월을 버텨온 노포들이다. 긴 세월만큼 음식에 대한 자부심도 깊다.

매년 가을이 되면 ‘곤지암 소머리국밥거리 축제’가 열린다. 지역 상인과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축제는 한 끼 식사를 넘어, 곤지암의 뿌리와 정체성을 되새기는 자리이기도 하다.

광주 곤지암 소머리국밥. /광주시 제공
광주 곤지암 소머리국밥. /광주시 제공

소머리국밥은 이름 그대로 소의 머리와 뼈를 푹 고아낸 국물에 머릿고기를 넣은 곰탕류 음식이다. 담백한 육수에 간이 세지 않아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던 선비들이 광주를 지나며 이곳에서 하룻밤 묵고 보양식으로 먹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전국 미식가들이 일부러 찾아오는 경기 광주의 대표 향토음식이 됐다.

이 음식이 곤지암에서 뿌리내린 이유는 지역의 역사와도 맞닿아 있다. 예전 곤지암읍에는 우시장이 크게 번성했고, 도축장까지 함께 운영됐다. 인근 이천, 용인, 성남, 여주에서 상인들이 몰려들었고, 자연스럽게 소를 활용한 음식문화가 발전했다. 도축장에서 나온 머리, 내장, 뼈 등 부산물이 저렴하게 공급되면서 소머리국밥이 지역의 상징적 음식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최미자1관 소머리국밥집. /광주시 제공
최미자1관 소머리국밥집. /광주시 제공

1980년대 초, 지금의 명성을 일군 국밥집들이 속속 문을 열었다. 1981년 문을 연 ‘최미자 소머리국밥’은 곤지암리 신작로 골목의 작은 가게에서 시작됐다. 연탄불에 은근하게 고아낸 국물이 입소문을 타며 손님이 몰렸고, 중부고속도로 개통과 함께 인근 골프장 이용객까지 찾아드는 맛집이 됐다. 지금은 화담숲과 곤지암리조트를 찾는 관광객들이 반드시 들르는 ‘필수 코스’로 자리잡았다.

광주곤지암읍의 구일가든(진짜소머리국밥). /광주시 제공
광주곤지암읍의 구일가든(진짜소머리국밥). /광주시 제공

1988년 문을 연 ‘구일가든(진짜 소머리국밥)’은 현지인들의 단골집이다. 기름기가 적고 깔끔한 곰국 스타일이 특징이다. 1990년대에 문을 연 ‘이복화 소머리국밥’은 30년 넘게 명맥을 이어오며 최근에는 밀키트 제품을 출시해 젊은 세대에게도 친숙해졌다. ‘골목집 소머리국밥’은 국밥과 수육 단일 메뉴만을 고집하며 ‘정통의 맛’을 지키고 있다. 연예인 배연정씨가 운영하는 배연정 소머리국밥도 홈쇼핑까지 진출하며 곤지암 소머리국밥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이복화 소머리국밥집/ 광주시 제공
이복화 소머리국밥집/ 광주시 제공

한때 20곳이 넘는 국밥집이 몰려있던 곤지암은 2000년대 들어 경기 침체와 광우병 파동 등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업주들과 지역 상인들이 품질을 높이고, 곤지암의 이름값을 지켜내며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다.

이런가운데 오는 2일, 곤지암읍 일원에서는 ‘곤지암 소머리국밥거리 축제’가 열린다. 국밥 한 그릇에 담긴 오랜 세월의 맛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다. 한결같은 정성과 손맛으로 이어온 이 거리에서, ‘진짜 곤지암의 맛’을 만날 수 있다.

원조 골목집 소머리국밥집. /광주시 제공
원조 골목집 소머리국밥집. /광주시 제공

광주/이윤희기자 flyhig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