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 낙선 이후에 대통령실·입각 후보 1순위
대통령실 참모·장관 차출 부정론, 출마 가능성↑
‘친명’ 부각하며 인천 현안 풀어낼 적임자 평가
기반 잘 닦아둔 ‘연수구갑’ 차기 후보군도 주목
내년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수도권 3개 시도 중 서울시와 인천시를 ‘탈환’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지만, 선거가 7개월 앞으로 다가온 현 시점에서 두 지역 당내 경쟁 구도는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군은 난립 양상을 보이는 반면, 인천시장 후보 경쟁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다. 지난 추석 연휴 막바지 정일영(인천 연수구을)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지만 그 이후 정 의원을 비롯해 인천시장 후보군들의 지방선거 메시지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
달아오르는 서울과 잠잠한 인천, 왜 이런 현상이 빚어지고 있을까. 인천 정가에서는 친명(친이재명계) 박찬대(인천 연수구갑) 의원의 ‘정치적 선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가 내년 인천지역 지방선거의 큰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 대표 낙선 뒤 의정에만 전념… 대통령실·내각 입성 후보 1순위로 꼽히기도
박 의원은 지난 8월 당대표 선출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의원에게 패배한 뒤 의정활동에 무게중심을 두고 활동해 왔다. 지난달 캄보디아 현지에서 범죄조직에 납치돼 폭행을 당하다 숨진 대학생 사망 사건과 관련해 캄보디아 내 한국인 피해자들을 구출하기 위해 외교부, 캄보디아 영사관 등과 공조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른바 여의도발(發)로 인천에 전해지는 소식을 들으면 최근 박 의원은 이재명 정부에서 어떤 형태로든 역할을 하겠다는 의사를 주변에 내비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통령실 참모나 장관 중 차출되는 인사가 있다면, 친명계 핵심인 박 의원이 그 자리를 대신할 1순위 후보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서울시장 후보로 나설 경우 그 후임으로 박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되기도 한다.
내년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박 의원이 당대표직에 다시 출사표를 던지리란 전망도 있지만, 이재명 정부가 집권 초기 ‘개혁 드라이브’를 강하게 건 상황에서 개혁보다는 ‘안정’ 이미지가 도드라지는 박 의원이 당원들에게 어필하기 쉽지 않은 당내 분위기가 변수다.
박 의원이 대통령실 비서실장이나 장관직을 수행하며 이재명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게 나은 선택이 될 것이란 분석이 있다. 민주당 내 한 관계자는 “정청래 대표와 당권을 두고 경쟁하는 과정에서 박 의원이 강성 지지층의 표심을 얻기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대통령 옆에서 호흡을 맞추며 본인의 체급을 높이는 쪽이 도움될 것으로 생각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대통령실·내각 인사 차출 변수에 인천시장으로 선회?
그러나 대통령실, 내각 입성 구상에 변수가 생겼다. 추석 연휴를 전후로 내년 지방선거에 대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강훈식 실장이 서울시장 후보군에서 경쟁력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차출 가능성이 희박해졌기 때문이다. 또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정확히 1년 만에 열리는 선거에 현직 장관들을 무리하게 차출하기도 쉽지 않다는 기류가 읽힌다. ‘실용주의’에 기반한 이재명 정부 철학을 각 부처 장관들이 안정적으로 실현하기 전에 무리하게 선거에 차출한다는 비판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결국 당·정·대의 역학구조상 박 의원에게는 여러모로 불리한 조건이 펼쳐져 있다. 박 의원이 인천시장 후보로 나설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기도 하다.
장관급 예우를 받는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박 의원이 차관급에 해당하는 인천시장 선거에 나오는 건, 스스로 운신의 폭을 줄이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가운데 소위 ‘대권 잠룡’으로 분류되는 자리는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인데, 인천시장 자리는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는다는 점에서 향후 정치적 입지를 고려하면 출마 여부를 간단히 결정할 수 없다.
한편 현재 인천 주요 현안으로 분류되는 수도권쓰레기매립지 종료 문제, 교통망 확충 등 중앙정부와의 협의 없이 풀어내기 어려운 과제가 많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 최측근인 박 의원이 인천시장으로 나서면 경쟁력이 충분하다. 그가 ‘1강’ 후보로 분류된다는 것에는 이견이 크지 않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수도권을 반드시 탈환해야 하는 민주당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것도 박 의원 등판론의 배경으로 꼽힌다. 경기도지사 자리를 지키고, 서울과 인천을 반드시 되찾는다는 전제 하에 험지로 분류되는 강원도지사, 부산·울산시장, 경남도지사 선거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게 민주당의 지방선거 전략이다.
10·15 부동산 정책으로 서울 민심이 흔들리며 서울시장 선거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 유권자들의 표를 가져오지 못하면 민주당 텃밭인 인천·경기지역 여론까지 흔들릴 우려가 있다. 집토끼를 지키기 위해 인천시장과 경기도지사 선거에 필승 카드를 투입하고, 서울에 모든 선거 역량을 결집할 수밖에 없는 당내 고민도 박 의원의 출마 가능성을 높이는 이유로 꼽힌다.
朴 지역구 연수갑 보궐도 관심사
박 의원이 인천시장 후보로 나설 경우 공백이 생기는 연수구갑에 등판할 후보군에도 관심이 모인다. 박 의원이 당선되기 전까지 연수구갑은 박근혜 정부 교육부총리와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를 지낸 황우여 국민의힘 상임고문의 지역구로 민주당계 정당 후보가 당선된 전례가 없었다. 2016년 20대 총선에 나선 박 의원이 새누리당 정승연 후보를 상대로 214표 차 신승을 거둔 뒤 내리 3선에 성공한 지역이다.
박 의원이 기반을 잘 닦아둔 지역구지만 민주당으로서는 만일 연수구갑 보궐이 열릴 경우 결코 승리를 낙관할 수 있는 지역이 아니라는 평가다. 지역구 유권자들과 활발히 소통하며 호감 이미지를 구축한 박 의원의 개인기가 3선으로 이어졌으나, 현역 연수구청장이 국민의힘 소속이고 광역의원·기초의원 다수를 국민의힘이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박남춘 전 인천시장 등 무게감 있는 인사를 기용해야 지역구 사수에 성공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 전 시장은 박 의원의 정치적 멘토로 두 사람의 관계는 매우 끈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의원이 처음 선거에 나섰던 2012년 19대 총선 당시 자신의 고향인 인천 남구을(현 동구미추홀구을) 지역구 당내 경선에서 떨어진 뒤, 박 전 시장이 연수구로 지역구를 옮겨 입지를 다져보라고 권유한 것은 지역 정가에서 어느 정도 알려진 일화기도 하다.
박 전 시장 역시 내년 지방선거에서 유력한 인천시장 후보군으로 꼽히고 있다. 박 의원이 시장직에 나선다면 박 전 시장이 연수구갑 선거에 출마하는 형태로 교통정리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연수구갑 후보군으로 윤석열 정부에서 대통령실 정무2비서관을 지낸 정승연 국민의힘 연수구갑당협위원장, 이재호 연수구청장 등이 거론된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지난 당대표 선거 당시 박 전 시장이 적극적으로 박 의원을 지지하는 등 정치적 후원자로서 역할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연수구갑 보궐 후보로 유력하다”며 “다만 민주당보다는 박찬대라는 개인 브랜드가 연수구 주민들한테 어필한 만큼 누가 대체자로 나와도 승리를 낙관하기 어려운 지역”라고 전망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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