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식·기름진 음식 섭취 부담

고지혈증 반려견 특히 주의를

구토·설사… 심할땐 호흡곤란

고양이는 다소 미약한 증상

송민형 경기도수의사회 부회장
송민형 경기도수의사회 부회장

앞선 칼럼에서 췌장의 역할과 급성 췌장염의 위험성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번 칼럼에서는 실제로 반려동물에게 급성췌장염이 발생하는 원인과 보호자가 알아두어야 할 증상들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급성췌장염의 발생 원인은 다양하다. 강아지에서는 지방함량이 많은 사료를 급여하는 경우, 갑작스러운 과식, 기름기가 많은 음식의 섭취가 흔한 원인으로 꼽힌다. 예전에는 흔히들 잔반이라 하여 사람들이 먹고 남긴 음식을 강아지들에게 급여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에는 사람 음식을 개에게 급여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하지만 보호자의 부주의로 방치해 놓은 치킨이나 족발 등 기름기가 많은 고기나 음식 찌꺼기를 먹어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사료와는 달리 강한 양념이나 기름기가 많은 음식을 과식하게 될 경우 췌장에 극심한 부담을 주게 되고 이것이 급성 췌장염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또한 외상이나 수술 후 합병증, 특정 약물의 복용, 쿠싱증후군이나 갑상선 저하증과 같은 호르몬성 질환, 비만 등도 급성 췌장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고지혈증을 앓고 있는 반려견들은 췌장염을 특히 유의하여야 하므로 평소 고지혈증을 잘 관리하여야 한다. 유전적 소인도 무시할 수 없으며 미니어처 슈나우저, 요크셔테리어 같은 소형견에서 특히 잘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고양이의 췌장염은 개와는 조금 다른 양상을 띠게 된다. 고양이는 특성상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지 않지만, 췌장염이 간염이나 장염과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삼중염(triaditis)’이라고 부르는데 췌장과 간, 장이 해부학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서로에게 영향을 주어 염증이 함께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췌장에서 발생한 염증이 간이나 장쪽으로 염증을 파급할 수 있으며 반대로 장이나 간에서 발생한 염증이 췌장으로 파급되는 경우도 가능하다. 고양이에서는 개와는 달리 원인을 명확히 찾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성질환이나 환경 변화 등이 스트레스로 작용하여 발병에 영향을 준다고 보고된다.

그렇다면 급성췌장염의 증상은 어떨까?

강아지에서 급성췌장염은 대체로 갑작스러운 구토와 설사, 복부 통증, 식욕 부진으로 시작된다. 배를 만지면 통증을 느끼거나 등을 굽히고 배를 움켜쥐는 듯한 자세를 취하는데 마치 기도하는 자세처럼 보이기도 한다. 심한 경우 탈수와 무기력, 체온 저하, 복부 팽만이 동반될 수 있다. 보호자가 안아 올리거나 만졌을 때 복통 또는 복부 긴장감으로 배를 아파하며 낑낑대는 모습도 보일 수 있다.

급성췌장염의 정도가 심할수록 체온이 상승하여 발열이 나타나기도 하고 중증의 경우 전신 염증 반응으로 진행하여 호흡곤란이 나타나기도 하고 쇼크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때에 따라서는 급사의 가능성도 있을 수 있으므로 갑작스러운 구토와 설사가 동반된다면 바로 병원을 방문하여 정확히 진단을 받아 보는 것이 좋다. 수컷보다는 중년 이상의 암컷의 소형견에서 흔하게 나타난다.

고양이의 경우에는 다소 다른 모습의 증상을 나타낸다. 고양이는 개에 비해 비특이적이고 미약하게 증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단순하게 식욕이 조금 줄거나 활동량이 감소하는 정도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보호자가 병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덧없이 시간이 흘러버리기도 한다. 구토나 체중 감소가 서서히 동반되면 이미 췌장염이 상당 부분 진행된 경우가 많다. 경우에 따라서는 단기간에 체중이 감소하기도 하며 구토와 설사를 주증상으로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노령묘나 비만묘, 만성질환이 있는 고양이에서 호발한다. 급성췌장염의 증상은 일반적인 소화기 질환과 구분하기 어렵지만, 조기 대응이 생명을 살릴 수 있다.

따라서 보호자가 일상에서 작은 변화를 놓치지 않고 관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음 칼럼에서는 급성췌장염의 진행 과정과 진단 방법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겠다.

/송민형 경기도수의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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