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의 원류… 마지막 꼭두쇠 유랑인생 판굿
8일 인천 계양문화회관 ‘구름에 달 가듯…’ 첫 무대
“최고 명인들 참여 고마워… 후학에 제 가락 남기고파”
“전통은 전통대로 지켜 가야 새로운 것도 나와”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이 있지요. 후학들에게 제가 했던 길고 긴 가락과 음악을 남기고 싶어요. 옛날에 지운하 선생이 이런 가락을 쳤고, 이런 말씀을 했다고….”
지난달 28일 인천 부평구 인천남사당놀이보존회 연습실에서 만난 지운하(78) 명인은 제자들과 함께 그의 ‘예인(藝人) 70년’ 인생을 기념하는 공연 준비에 한창이었다. 이번 공연에 대한 소감을 묻자 그는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을 되새겼다.
인천남사당놀이보존회 지운하 이사장은 국가무형유산이자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에 등재된 남사당놀이의 산증인이다. 남사당의 우두머리를 ‘꼭두쇠’라 부른다. 지 이사장은 ‘남사당의 마지막 꼭두쇠’로 불린다.
오는 8일 오후 4시 인천 계양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최되는 지운하 이사장의 예인 70년 기념 공연 제목은 ‘구름에 달 가듯 유랑인생 70년’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여덟 살 나이에 풍물에 입문한 지운하 이사장의 예인 인생 절반 정도는 ‘유랑’이었고, 현재까지 이어지는 나머지 절반은 남사당놀이를 국가적 전통예술 장르로 만들기 위해 몸을 바친 한 세월이었다.
“10대, 20대, 30대, 40대, 50대, 60대, 70대에 겪은 예인 인생이 다 달라요. 10대와 20대 때는 길가 공동묘지 옆에서 자면서 이슬만 피하며 남사당놀이를 한 시절이었고, 30대 넘어서는 해외 공연을 다니면서 인정받기 시작했고, 40대 넘어서는 꼭두쇠로서 국립국악원 등에서 활동했고….”
그의 예인 인생을 풀어내자면 하루이틀로는 부족하다. 4장으로 구성된 이번 공연에서는 지운하 이사장이 걸어온 예술의 길을 압축적으로 볼 수 있다. 1장은 어린 시절을 다룬 ‘예인의 꿈’, 2장은 남사당에서 성장하는 ‘유랑의 길’, 3장은 정점에 다다르는 ‘남사당 꼭두쇠’, 4장은 지운하 이사장이 제자들과 함께하는 ‘인연의 판굿’이다.
피리 독주 최경만 명인, 거문고 산조춤 김철수 명인, 최고의 소리꾼 김영임 명창 등 내로라하는 국악계 명인들이 이번 공연에 함께한다. 지운하 이사장은 “긴 세월을 함께한 최고의 명인들이 흔쾌히 함께 무대에 올라 줘서 고맙다”며 “후학들이 선대, 선배 예인들에 대해 ‘아, 나도 늙으면 저렇게 대우받겠구나. 선생님들에게 잘 배우고 잘 모셔야지’하고 느낄 수 있는 공연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운하 이사장의 예인 인생을 조명하는 공연은 2차례 더 이어진다. 오는 28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리는 공연에는 장사익, 김덕수, 오은명, 유지숙 등 정상급의 명인들이 출연한다. 내달 6일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에서 개최하는 공연에는 박은하, 박애리, 유상호, 서한우 등의 국악인이 무대를 빛낸다.
최근 애니메이션 ‘케데헌’(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으로 한국 전통예술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70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연습에 매진하며 묵묵히 전통예술을 지켜온 지운하 이사장 같은 원로 예인들이 그 토대를 닦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 이사장은 웃으며 후배들에게 이렇게 당부도 건넸다.
“80주년 공연을 하려면 내 나이가 아흔 가까이 됩니다. 아직 에너지가 고갈되지 않아 이렇게 제자들과 무대에 오를 수 있네요. 요즘은 후학들이 새로운 것을 많이 좋아해서 창작도 많이 하고, 전통과는 거리가 좀 멀어지지 않나 염려도 되긴 합니다. 전통은 전통대로 100년, 200년 지켜 가야 새로운 것도 나온답니다. 그래도 70년을 했으니, 후배들께 이런 바람도 가져봅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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