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포함 전국에 16개 지역본부
은행에 금융중개지원대출 집행
지역경제인 소통·정책 배경 설명
조사·연구 기능, 화폐전시실 열어
그동안은 관세, 공급망, 불확실성 같은 글로벌 이슈를 중심으로 칼럼을 이어왔다. 세계경제의 흐름이 우리의 삶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 짚어본 셈이다.
이번에는 시선을 국내로 옮겨, 우리 경제의 움직임이 생활과 어떻게 맞닿는지를 살펴보려 한다. 그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체가 바로 중앙은행이다. 오늘은 그 가운데서도 가까이 있지만 눈에 잘 띄지 않는 존재, 그러나 늘 제자리를 지켜온 중앙은행의 지역본부를 이야기하려 한다.
우리나라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서울 본부의 역할만 두드러져 보인다. 뉴스 화면에 잡히는 장면도 대부분 남대문 본관이다. 해마다 여덟 차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정하고, 한은 총재가 기자간담회에서 정책 방향을 설명하는 모습이 전국으로 전해진다.
이런 장면들만 보면 한국은행을 서울에만 있는 기관으로 여기기 쉽다. 실제로는 전국에 16개의 지역본부가 있다. 이 지역본부들은 본부의 지침에 따라 중앙은행의 기본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화폐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그 하나이다. 낡은 지폐를 교환하고, 시중은행에 현금을 발행·환수하는 업무로 인해 시민이 돈을 불편 없이 쓸 수 있다. 우리가 ATM에서 현금을 쉽게 찾고, 손상된 지폐를 문제없이 교환할 수 있는 것도 이런 역할 덕분이다.
지역본부에는 지역경제를 지원하는 또 다른 수단이 있다. 기업에 직접 대출하지는 않지만, 금융중개지원대출을 은행에 집행한다. 이는 금리변동에 특히 민감한 소상공인·중소기업이 은행대출을 받을 때 이자 부담을 덜 수 있도록 만든 장치이다. 소상공인·기업인들이 “자금사정이 나아졌다”는 말을 할 수 있는 배경에는 한은 지역본부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다.
외환거래 심사 업무도 있다. 지역의 가계와 기업이 해외와 거래할 때 필요한 신고와 확인 업무를 처리하는 곳이 가까이 위치한 지역본부이다. 이를 통해 가계와 기업이 안심하고 외환거래를 이어갈 수 있다.
지역본부는 이러한 제도적 기능에 더해 한국은행의 앰배서더 역할을 수행한다. 지자체와 정책협의를 하고, 지역 경제인들과 소통하며, 정책의 배경을 설명한다. 필요할 때는 지역 오피니언 리더를 만나 중앙은행의 시각을 공유하고, 동시에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를 본부에 전달한다.
이 과정에서 중앙은행은 지역과 함께 호흡하는 제도로 자리 잡는다.
조사·연구 기능도 중요하다. 지역본부 직원들은 분기별로 관내 기업을 찾아 업황을 모니터링하고, 월별로 소비자심리를 조사한다. 기업인의 ‘투자를 미루겠다’는 말, 소비자의 ‘장바구니가 가벼워졌다’는 푸념 속에서 숫자 뒤의 현실이 드러난다. 현장에서 모은 생생한 정보는 통계만으로는 잡히지 않는 지역경제의 흐름을 드러내며, 본부의 정책 판단에도 반영된다.
경제교육과 홍보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업무중 하나이다. 화폐전시실을 열어 시민과 청소년들이 돈의 역사와 기능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경제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과 일반인이 중앙은행의 역할, 경제 이슈들을 쉽게 받아들이도록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정책이 생활 속에 스며든다.
중앙은행이 지역을 바라보는 이유는 명확하다. 정책이 피상적 구호에 머물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한국은행이 ‘우리 곁의 중앙은행’임을 지역 현장에서 꾸준히 행동으로 보여줄 때, 시민들은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에 대한 안도감을 느낄 수 있다.
지역본부는 그 믿음을 가장 가까이에서 다져가는 역할을 한다. 본부의 결정이 현장의 목소리와 만나야 정책이 힘을 얻게 된다. 그래야만 숫자로 표현되던 정책이 생활 속에 체감되는 모습으로 변모한다.
/장정석 한국은행 경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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