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보도 내용은

 

컵라면·음료 등 극소수제품만 있어

美 ‘시각장애인 읽을 권리’ 소개도

점자의 날을 하루 앞둔 3일 오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시각장애인 도서관에서 점차책이 제작되고 있다. 2025.11.3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점자의 날을 하루 앞둔 3일 오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시각장애인 도서관에서 점차책이 제작되고 있다. 2025.11.3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1년 전 경인일보 취재팀은 11월 4일 한글 점자의 날을 맞아 ‘손끝에 닿지 않는 훈맹정음’ 기획 보도를 통해 국내 한글 점자 사용 실태를 진단하고, 이른바 ‘점자 선진국’을 방문해 해외 점자 정책을 살펴봤다.

국내에선 법으로 정해진 공식 활자이자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정해진 한글 점자이지만, 일상에서 점자를 찾긴 어려웠다.

우선 점자를 배울 수 있는 기관이 턱없이 부족했다. 인천지역에서는 학령기 시각장애인은 시각장애 특수학교인 ‘인천혜광학교’(부평구), 중도 성인 시각장애인들은 인천시각장애인복지관(미추홀구)에서만 점자를 배울 수 있었다. 강화군에 사는 시각장애인은 1시간30분이 넘는 시간을 이동해 복지관이 위치한 미추홀구까지 이동해야 했다.

시각장애인이 어렵게 점자를 배우더라도 일상생활에서 점자를 활용할 곳이 없다. 컵라면, 음료수, 주방 용품 등 극소수 제품에서만 점자 표기를 만나볼 수 있었다. 이마저도 기업의 자발적인 ‘선행’에 기대야만 하는 실정이다. 해열제, 진통제 등 일부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의약품에선 점자 표기를 찾을 수 없었다.

신간 도서를 출판 즉시 읽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점자 도서를 제작하는 송암점자도서관에서도 일일이 컴퓨터로 도서 원문을 입력해 점역 과정을 거치는 탓에 1달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현행법상 국립장애인도서관만 점자 도서 제작을 위해 디지털 파일을 출판사에 요청할 수 있고, 점자 도서를 만드는 전국의 학교, 점자도서관 등은 이를 요청할 권한이 없어서다.

취재팀은 헬렌 켈러의 모교인 미국 보스턴 퍼키슨 시각장애인학교(Perkins School for the Blind)를 찾았다. 이곳에선 시각장애인 학생들의 자립을 목표로 점자 교육을 중심으로 한 체계적인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보스턴의 ‘국립 점자 출판사’(National Braille Press)에서는 해리포터 등 유명 시리즈 작가와 기업 등과 협력해 신간 도서와 함께 점자판을 미리 제작하고 있었다. 이는 미국 사회 내에서 시각장애인의 읽을 권리를 위한 합의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취재팀이 방문한 또 다른 ‘점자 선진국’ 스웨덴에선 점자 콘텐츠 제작과 보급을 정부기관인 MTM(Myndigheten For Tillgangliga Medier)이 맡는다. MTM은 매년 750여권의 도서를 요청이 없어도 미리 제작해 둔다. 출판사의 적극적인 협조는 당연하다. 스웨덴 내 시각장애인들은 문학 서적, 대학 교재, 제품 설명서, 지도까지 원하는 콘텐츠를 MTM에 신청해 무료로 받아볼 수 있다. 점자 크기와 간격 등을 조정한 맞춤형 제작까지 이뤄진다. 스웨덴 내 스톡홀름, 말뫼 등에 있는 공공도서관에서는 시각장애 어린이를 위한 ‘사과’ 그림이 붙은 도서가 배치돼 있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