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가로수 무성한 나뭇잎에 가려져
시장선 인파 대신 가게 지붕 바라봐
관리·점검할 관제 인력 턱없이 부족
“안전에 무용지물… 구체적 기준을”
4일 오전 수원시 권선구 한 공원. 공원 한가운데 방범용 CCTV가 설치돼 있었지만 주민들의 안전을 살피기는 어려워 보였다. CCTV 주변으로 공원 가로수들의 나뭇가지와 이파리가 무성히 자라 있었기 때문이다.
시내 유동인구가 많은 팔달구 인근 시장도 상황은 비슷했다. 길거리 인파를 비춰야 할 CCTV 중 한 대는 수개월째 한 가게의 지붕을 향하고 있다.
시민들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 도내 CCTV 중 일부가 제 자리를 비추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CCTV 상태를 관리·점검할 관제 인력마저 부족한 실정이다.
시군 통합관제센터에 따르면 CCTV를 지켜보는 관제요원들이 점검도 겸하고 있다.
수원시 관계자는 “관제요원들이 항상 CCTV를 번갈아 보고 있으니까 관제 과정에서 점검이 이뤄지는 셈”이라며 “CCTV 방향이 잘못된 곳은 관제센터에서 조절하고, 가로수 같은 장애물에 가려져 있을 때는 관할 구청에 정리를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CTV 점검은 사실상 관제요원들의 눈에 달린 것이다.
문제는 도내 속속들이 자리잡고 있는 CCTV 수에 비해 관제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상태를 꼼꼼히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행정안전부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 통합관제센터에서 운영하는 CCTV는 2020년 13만5천24대, 2021년 15만2천18대, 2022년 16만2천127대, 2023년 17만6천850대, 지난해 18만8천71대로 꾸준히 증가했다.
반면 경기도 통합관제센터 인력은 2020년 679명, 2021년 683명, 2022년 697명, 2023년 677명, 2024년 653명으로 거의 그대로다. 지난해 기준 관제요원 한 명당 2천769대를 담당하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화면을 눈으로 점검하는 식으로는 CCTV 상태를 관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승주 열린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지능형 CCTV의 등장으로 CCTV가 스스로 위험을 분석하고 문제 상황이 발생 시 관제요원이 개입하는 식으로 효율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앞을 제대로 비추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라며 “CCTV 수를 무작정 늘릴 게 아니라 구체적인 설치 기준과 관리 인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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