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텐더홀 계단서 침묵 규탄대회

“구조개혁 부재” 비판 터져 나와

민주, 민생·경제 등 본업 복귀를

이재명 대통령이 4일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에 도착해 피켓시위를 하는 국민의힘 의원들 앞을 지나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한 내란특검팀의 영장청구에 반발하며 야당 탄압 중단을 촉구했다. 2025.11.4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4일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에 도착해 피켓시위를 하는 국민의힘 의원들 앞을 지나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한 내란특검팀의 영장청구에 반발하며 야당 탄압 중단을 촉구했다. 2025.11.4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4일 내년도 예산안을 역대 최대 규모인 728조원의 ‘슈퍼 예산안’으로 제출하며 국회의 협조를 당부했지만 여야는 날을 세우며 정면 충돌했다.

국민의힘은 ‘포퓰리즘 예산’으로 규정하며 “정부가 경제보다 정치보복에 몰두하고 있다”고 공세를 퍼부었고, 개혁신당은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를 책임질 명확한 비전과 실행력을 찾기 어려웠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이날 열린 이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은 제1야당인 국민의힘의 불참 속에서 ‘반쪽’으로 진행됐다. 전날 내란특검이 추경호 전 원내대표를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 대한 항의 차원이었다. 그러면서 정부가 경제보다 정치보복에 몰두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대통령의 국회 도착에 맞춰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 계단에서 침묵 규탄대회를 열었다. 의원들은 검은색 마스크와 넥타이에 어두운색 정장을 입은 채 가슴에 ‘자유민주주의’가 적힌 근조 리본을 달았고, 이 대통령을 향해 “범죄자 왔다. 범죄자”, “꺼져라”, “재판받으세요”라고 외치기도 했다.

앞선 의원총회에서 장동혁 대표는 “이제 전쟁이다. 우리가 나서서 이재명 정권을 끌어내리기 위해 모든 힘을 모아야 할 때”라며 “이번 시정연설이 대통령의 마지막 시정연설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보윤 수석대변인도 “대통령은 초당적 협력을 말했지만 불과 하루 전, 이재명 정권의 특검은 제1야당 전 원내대표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며 “입으로는 대화와 협력을 말하면서, 손으로는 야당을 향한 칼을 쥔 것이다. 이것이 ‘이재명식 협치’인가, ‘정치보복의 또 다른 무대’인가”라고 반문했다.

이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선 포퓰리즘 예산에 지나지 않는다며 ‘구조개혁의 부재’를 꼬집는 비판이 잇따라 터져 나왔다.

최 수석대변인은 “AI시대를 여는 첫 예산이라고 자화자찬했지만 728조원짜리 슈퍼 예산의 실체는 AI 예산이 아닌 ‘빚잔치 예산’, 민생예산이 아닌 ‘선거용 현금살포 예산’”이라고 주장했다.

개혁신당 정이한 대변인도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숫자는 컸지만 내용은 빈약했다. 역대 최대 규모이지만 규모가 크다고 성공하는 예산은 아니다”라며 “정작 AI 생태계를 어떻게 조성할 것인지, 인재 양성과 민간 혁신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전략은 빠져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정쟁에만 몰두하지 말고, ‘민생·경제·미래예산’ 심의라는 본업에 복귀하라며 협력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박정희·김대중 대통령의 업적을 토대로 한 AI시대 고속도로 구축 말씀은, 이념을 넘어선 ‘미래통합’ 선언이었다”며 “지금은 AI로 새로운 시대와 성장 비전을 열어가야 할 때다. 정쟁에 매몰되지 말고 본업에 복귀하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하지은기자 z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