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은 일상에 녹아들었다. 해뜨기 전 문앞 배송은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 비대면 소비가 급증한 코로나19가 동력이 됐다. 새벽배송의 대상과 범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소비자는 크고 무거운 생활용품을 직접 옮길 필요가 없다. 신선식품은 냉장고에 넣어두고 출근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편리함에 익숙해지는 속도 또한 로켓처럼 빨랐다. 이용자 2천여만명, 시장 규모는 15조원으로 확대됐다. 샛별·특급·총알·로켓으로 명명된 새벽배송은 속도경쟁의 산물이다. 새벽배송이 있어서 이용하게 된 것인지, 소비자의 요구로 새벽배송이 생겼는지 누구도 묻고 따지지 않는다.

민주노총이 쏘아 올린 ‘새벽배송 금지’가 논쟁에 휩싸였다. 산하 전국택배노조가 최근 국토교통부 주관 ‘사회적대화 기구’에서 0~5시 ‘새벽배송 금지’를 제안하면서 논란이 촉발됐다. 아예 새벽배송 전면금지로 와전됐다. 민주노총은 선의가 왜곡되어 난감하다. 당장 ‘소비자 불편’과 ‘일할 자유 침해’라는 역풍이 거세다. “새벽배송을 멈추면 농가와 소상공인 유통의 동맥이 끊긴다” 유통업계·중소상공인·소비자단체는 즉각 반응했다. 당사자인 택배기사들은 더 민감했다. 쿠팡 위탁 택배기사 약 1만명이 소속된 쿠팡파트너스연합회(CPA)는 ‘노동자의 해고는 살인’이라는 성명까지 냈다. 선택 영역의 침범이자 일할 기회를 뺏는 비현실적 제안이라고 비판했다.

야간노동의 위험성은 잘 알려져 있다. 사람의 생체시계는 24시간 일주기 리듬에 맞춰져 있다. 야간노동에 적응하는 게 아니라 건강을 갉아먹을 뿐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기관(IARC)은 야간 노동을 2급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새벽배송 노동자의 우울증·자살 생각 빈도는 다른 노동자보다 약 3배 많다는 실태 보고도 있다. 지난해 5월 숨진 쿠팡 새벽배송 기사 정슬기씨는 사망 전 6일 동안 주 73시간 이상을 일했다. 원청 직원의 “달려주십쇼”라는 카카오톡 지시에 “개처럼 뛰고 있긴 해요”라고 답했다. 극단적인 소비자 중심 경제의 그림자다.

새벽배송 금지는 먹고사는 생계와 직결된 일이다. 난제지만 답은 있을 테다. 소비자 편익과 노동자 희생을 맞교환하는데 동의하는 이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공론화된 만큼 사회적 합의를 통해 실효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 정교한 분석과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 복합적인 노동구조, 찬반으로 가를 문제가 아니다.

/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