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두값·인건비·임대료 삼중고
일괄 인상… 전년比 14.3% 상승
캡슐·원두머신 등 홈카페 확산
소비자에게 겨울을 앞둔 추위보다 손이 떨린 것은 부쩍 오른 커피값이었다.
4일 화성시의 한 카페. 메뉴판에 적힌 ‘아메리카노 3천원’ 가격을 본 손님들이 잠시 머뭇거렸다. 이곳 카페는 지난달까지 아메리카노가 2천원 대였지만 원두값과 인건비, 임대료 등이 너무 올라 이달부터 가격을 올렸다. 직장인 이모(29)씨는 “안 오른 품목이 없는데 특히 올해 커피값이 많이 오른 게 체감된다”고 말했다.
이날 경인지방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10월 경기도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커피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4.3% 상승했다. 차 및 코코아까지 포함된 지수로 살펴봐도 커피 등 식음료 가격은 전월 대비 1.9%, 전년 동월 대비 11% 상승한 수치를 보인다.
커피 가격 인상의 배경에는 원가·환율·인건비가 동시에 오른 복합 요인이 깔려 있다. 앞서 커피 원두는 브라질·콜롬비아 등 주요 산지의 이상기온으로 작황이 줄은 상황에서 달러 강세까지 더해 수입원가를 끌어올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국제 커피 생두 가격(아라비카 기준)은 지난 2023년 11월부터 오르기 시작해 2년 연속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특히 올해 2월(113.68%)과 3월(111.24%)에는 전년 대비 2배 이상 가격이 치솟았고, 이번 달 역시 전년 동월 대비 46.2% 상승했다. 여기에 국내에서는 최저임금 인상과 임대료 상승 부담이 겹치면서 업계 전반에 가격 인상 압력이 작용했다.
실제 올해 커피 브랜드들은 일괄적인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8월과 11월 일부 음료 가격을 인상한데 이어 지난 1월엔 아메리카노 가격을 200원 올렸고, 같은 달 폴바셋 역시 2년 10개월만에 평균 3.4%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이어 3월엔 투썸플레이스가 일부 음료 등 메뉴를 4.9% 가량 올렸다.
저가 커피 브랜드 역시 상황(5월21일자 12면보도)은 마찬가지다. 지난 2월 컴포즈커피는 아메리카노 가격을 300원 인상했고, 메가MGC커피 역시 200원씩 가격을 올렸다. 지난 5월 빽다방마저 커피 메뉴를 200원씩 인상하며 저가 커피 1천500원 시대는 막을 내렸다.
가격 상승은 소비 행태의 변화를 낳고 있다. 소비자들은 카페 대신 집, 직장에서 캡슐커피와 원두머신을 찾으며 홈카페 수요가 늘었다. 국내 캡슐커피 시장 규모는 4천억원 대에 이르고 네스프레소, 동서식품 등은 바뀐 소비자들의 수요에 맞는 다양한 제품들을 내놓고 있다. 지난 2023년 출시된 동서식품의 캡슐 커피브랜드 ‘카누 바리스타’는 올해 누적 판매 금액 1천억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커피는 이미 생활 속 필수재가 된 만큼 업계가 눈치 보지 않고 가격을 올려도 그동안은 소비량이 크게 줄지 않았다”며 “소비자들의 홈카페 수요가 증가하면 그에 따라 업계도 가격 대응 방향을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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