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4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2026년도 예산안은 AI시대를 여는 대한민국의 첫번째 예산”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AI시대의 고속도로를 구축해 도약과 성장의 미래를 열어야 한다”며 새해 AI예산을 올해 보다 3배 이상 늘려 10조1천억원으로 확대한 배경을 설명했다. 산업화 고속도로와 정보화 고속도로를 낸 박정희,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업적을 열거하며, AI고속도로가 국가역량을 집중할 이재명 정부의 최대 국책사업이라고 밝힌 것이다.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대전환’이라는 이 대통령의 비전을 현장에서 증명할 화급한 현안이 있다. 동서울변전소 초고압직류변환소(HVDC) 증설이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지난 총선에서 변전소 인근 주민들의 증설 반대 여론을 공약으로 수렴한 이후 하남시가 인허가를 막고 있다. 지난해말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의 ‘부당’ 판정에도 요지부동이다.

AI고속도로 구축엔 막대한 신규 전력수요가 발생한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 없이 AI고속도로 건설은 가능하지 않다. 하남 동서울변전소는 동해안의 원자력·화력발전소가 생산한 저렴한 전기를 수도권에 공급할 최종 관문이다. 280㎞ 경로에 걸친 지자체와 주민 모두가 송전에 합의했지만, 하남 변전소에서 막혔다. 상수도망을 깔고 수도꼭지를 못다는 꼴이다. 이 문제를 국가 차원에서 해소하려 지난 2월 여야 합의로 에너지고속도로법(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이 통과되고 지난 9월 시행됐다. 하지만 동서울변전소 HVDC 봉쇄는 풀릴 기미가 없다.

당장 국가, 민간산단이 집적될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조성에 차질이 예상된다. 엔비디아가 제공할 26만장의 최신 GPU로 조성할 AI팩토리 생태계 조성도 지체될 수 있다. 용인지역구 민주당 의원 4명은 동서울변전소 착공을 재촉한다. 3선 중진 박정 민주당 의원도 같은 의견이다. 하지만 추 위원장의 공약 수호 의지도 강력하다. 당 지도부가 중재한다는 소식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은 동서울변전소 송전이 절실한 AI고속도로를 정권의 역점사업으로 선언했다.

대통령은 “AI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한 세대가 뒤처진다”고 말했다. 동서울변전소 갈등을 방치하면 하루가 아니라 몇 달 몇 년이 지체될 수 있다. 대통령실이 ‘동서울변전소’ 문제를 당·정·대 최우선 협의 과제로 올려 서둘러 결론을 맺어야 한다. 동해안~수도권 송전사업의 당초 준공 시점은 2019년 12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