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협상 ‘긍정 평가’ APEC 회의 마무리

野, 핵 추진 잠수함 등 평가할 건 평가하고

건설적 비판을… 與도 협조·합의 이끌어야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객원논설위원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객원논설위원

세기의 관심이 집중됐던 미중 정상회담, 한미·한일 정상간의 회동이 끝나고 관세협상에서 선방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경제지도자 회의는 막을 내렸다. 국정감사가 내일(6일) 운영위원회 등 겸임 상임위를 앞두고 있지만 국감도 마무리됐다. 본격적인 예산 국회와 함께 국내 정치의 난관이 만만치 않다. 관세협상이 타결됐다고 하지만 팩트시트와 MOU(양해각서) 작성에서 얼마나 국익을 관철할 수 있을지 아직 살얼음이다. 그러나 불확실성을 제거했다는 건 의미가 크다. 성공적인 APEC 경제지도자 회의, 한미·한중·한일 정상회담 등으로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의 위상은 높아졌지만 야당은 역시 부정적 반응이다. 국민의힘은 관세협상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원하는대로 마무리되었고, 일본과 비교해서도 결코 잘 된 협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또 “한미 통화스와프는 빠졌다”고 강조했다. 야당으로서 협상에 대해 비판할 수 있고 미비점을 지적할 수 있지만, 관세협상 등 국가 현안에 대해 대안이나 건설적 비판을 내놓은 적이 없다.

다시 내치의 시간이다. 우선 부동산 정책에서 유의미한 공급 대책과 안정책이 신뢰를 얻지 못하면 이재명 정부는 노무현·문재인 정부에 이어 부동산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보수정권 때는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고, 진보정권에서 가격이 오른다는 속설은 어느 정도 사실에 부합한다. 그러나 이렇게 된 이유가 있다. 대체로 이명박 정부를 제외하고 박근혜·윤석열 정부 등은 부동산 공급에 둔감했다. 어찌보면 윤석열 정부가 맞게 될 부동산 가격 상승을 3년만의 정권교체로 민주당 정권이 감당하는 상황이 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민주당 정권에서 집값이 많이 올랐다. 이러다가 ‘민주당 정권에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다’는 가설이 정설이 될 수 있다.

국감이 마무리됐지만 정쟁은 여전했다. 법제사법위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여권의 집중공세가 어떻게 전개될지도 여야 대결 구도에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다. 사법개혁 중 핵심 이슈인 대법관 증원과 재판소원제 도입이 정치의 흐름과 진영 대결 구도에 상당한 변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 ‘재판중지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는 철회됐지만 배임죄 폐지, 공직선거법에서의 허위 사실 유포 관련 조항 개정 등 사법개혁 이슈가 양극의 정치를 더욱 가파르게 몰고 갈 가능성이 크다. 일단 사법부는 반대하는 사안들이다. 개혁의 대상인 사법부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다. 야권의 공세는 더욱 부담이다. 야권은 사법개혁 사안들을 모두 이 대통령 방탄용이라는 프레임으로 지지층을 결집하고 공세의 동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 대선때 석연찮은 조 대법원장의 파기환송은 여권의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그럼에도 여권이 밀어붙이는 사법이슈들이 다수결의 의석으로 추진된다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 게다가 야당의 단골 프레임인 거대여당에 대한 ‘입법독주’ 프레임이 중도층에게 먹힐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야당에게 명분을 줄 수 있다.

APEC 회의에서 역내 주요국가들 정상과의 협상과 관계 강화, ‘APEC 정상 경주선언’에서 ‘인공지능(AI) 협력’ 및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공동 프레임워크’의 채택과 APEC 정상 문서로는 처음으로 ‘문화창조산업’이 명문화된 것도 성과다. 미국으로부터 핵 추진 잠수함 연료 승인을 얻어낸 것도 획기적이다. 이러한 사안들에 대해 평가할 건 평가하면서 미흡한 점과 향후 보완할 점을 함께 지적하는 게 수권야당의 바람직한 모습이다. 야당이 APEC 회의에서의 진전된 문제들을 모를리 없다.

여당도 APEC 의제와 합의 사항을 가시적 성과로 도출하고, 관세협상에서의 합의를 국회에서 비준으로 통과시키기 위해 다수 의석에만 기대지 말고 야당의 협조와 합의를 이끌어 낼 필요가 있다. 경제·안보 등 전방위적으로 패권을 다투는 미·중도 ‘관리형 휴전’으로 상생하는 전략을 택하지 않았는가. 대외정치의 외교적 성과가 국내 정치로 이어지지 않으면 실질적 효과도, 여당의 지지율 상승도 기대할 수 없다. 여당의 포용과 자제가 필요한 이유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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