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효도여행 첫날, 비극이 덮쳤다. 2일 오후 10시쯤 서울 한복판에서 음주운전 차량이 횡단보도로 돌진했다. 일본인 모녀는 쇼핑을 마치고 K드라마 성지인 낙산성곽을 보러 가던 길이었다. 50대 어머니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고, 30대 딸도 크게 다쳤다. 30대 남성은 소주 3병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았단다.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기준을 웃도는 만취상태였다.

일본 열도가 발칵 뒤집혔다. “한국에서는 일본과 달리 음주운전을 엄하게 처벌하지 않는 것이냐.” 유족이라고 밝힌 여성이 SNS 스레드에 올린 글이다. 아사히TV, 후지TV 등 언론들은 연일 주요 뉴스로 다뤘다. ‘한국의 음주운전 사고, 일본의 6배’라는 보도는 뼈아프다. 2022년 기준 음주운전 사고는 일본 2만건, 한국 13만건이라니. 일본의 인구가 2배인 점을 감안하면 10배를 훌쩍 넘는 수치다.

일본은 음주운전 사망사고 시 최고 30년 유기징역형을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도 20년 이상 선고된다. 동승자는 물론 차를 빌려준 사람, 술을 권하거나 판매한 사람까지 최대 징역 3년 또는 벌금 50만엔 처벌대상이다. 자동차보험 최고 할증률 160% 등 불이익도 많다. 사회적 낙인은 법보다 무섭다. 사망사고 피의자의 실명·나이·직업을 공개한다. 형사재판 끝나기 전 직장에서 해고된다.

한국에서도 맥주 한 캔, 소주 한두 잔만 마셔도 음주운전에 적발될 수 있다. 2018년 12월 ‘윤창호법’이 시행되면서 강화됐다. 도로교통법상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 0.08% 미만이면 면허정지, 0.08%부터 면허취소다. 문제는 재범 억제효과가 없는 처벌 수위다. 음주운전치사 행위의 최대 형량은 무기징역이지만, 현실은 느슨하다. 대법원 양형기준은 죄질이 안 좋은 가중영역 4~8년, 동종 누범 등 특별가중요소가 있는 경우 12년의 징역형 선고를 권고한다. 8년형이 넘는 경우가 극히 드문 이유다.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지만 경종을 울리기에는 부족한 형량이다.

‘음주운전은 도로 위의 흉기’. 귀에 못이 박히게 듣는 말이다. 그런데 10명 중 4명이 또다시 운전대를 잡는다. 지난해 음주운전 재범률은 43.8%에 달한다. 마약사범 재범률 34.5%보다도 높다. 캐나다 국적 30대 남성이 참변을 당한 지 일주일 만에 일본인 관광객이 희생됐다. 음주운전은 국격을 깎아먹는 부끄러운 일이다. 법의 그릇된 관용이 중대범죄를 방기하고 있다.

/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