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기사를 점역본으로 만드는 일은 생각만큼 간단치가 않았다. 지난해 ‘한글점자의 날’(11월4일)을 맞아 보도한 기획시리즈 ‘손끝에 닿지 않는 훈맹정음’의 점역본을 만들어 보자는 간단한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작업이었다. 막상 시작해보니 사진·표 설명, 점자 배치, 규격 등 신경 써야 하는 게 한둘이 아니었다. 점자를 읽을 줄 몰라서 점역이 제대로 됐는지 스스로 확인할 수 없다는 점도 기자로서 처음 느껴보는 답답함이었다.
취재팀은 지난해 기획 시리즈를 통해 인천 강화 출신 송암 박두성(1888~1963) 선생이 창안한 한글 점자가 제대로 쓰이지 못하는 실태를 점검했다. 스웨덴 등 이른바 ‘점자 선진국’으로 불리는 국가를 찾아 한국과는 다른 환경을 취재하며 개선 방안도 함께 짚었다. 다수의 시각장애인들의 목소리를 토대로 기획 기사를 작성했지만, 정작 시각장애인들이 자신의 목소리가 담긴 신문 기사를 ‘읽을 수 없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보도 이후 취재팀이 기획 기사의 점역본 제작을 시도한 것은 이러한 문제 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취재팀이 기획 시리즈를 보도한 지 1년만인 지난 4일 후속기획 ‘손끝에 닿지 않는 훈맹정음 1년 후…’를 다시 내놓은 배경이다.
점역본을 제작해보니 매일 생산되는 기사를 시각장애인에게 시간차 없이 전달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도 남았다. 점역본을 받아본 김동복 (주)도서출판점자 대표는 시각장애인들이 실시간으로 생산되는 기사를 읽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언론사 홈페이지에 기사를 곧바로 점역할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하자는 아이디어다. 현재 시각장애인들은 음성 인식 기능으로 온라인 기사를 접할 수밖에 없다. 이마저도 전달되는 음성이 기계처럼 딱딱해 의미 전달이 분명하지 않을 때가 많다.
장애인에게 ‘장벽 없는 언론 환경’을 갖추는 방법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다. 현실적이고 다양한 문제로 빠른 시일에 도입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언론이 나아가야 할 방향임은 분명하다.
/백효은 인천본사 문체부 기자 100@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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