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부산에서 한 중증장애 아동이 조산으로 태어났지만, 의도적으로 출생등록과 외국인등록이 이뤄지지 않았다. 등록 과정에서 ‘외국 국적’이 드러나면 그나마 받고 있던 의료급여 혜택이 끊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의 부모는 모두 외국 국적 이주민이었으나, 출산 후 병원에 아이를 남겨둔 채 자취를 감췄다. 병원에서 홀로 지내던 아이는 이후 장애아동 보육시설로 옮겨졌다.
최근 외국인 아동의 출생등록을 의무화하려는 제도 개선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지만, 장애 이주아동의 경우 출생등록을 하더라도 사회보장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 6일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등을 만나 정기국회 내 통과를 요청한 ‘민생·안전을 위한 10대 법안’에 ‘외국인아동출생등록법’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시행된 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이 영아의 출생을 신고해 영아 유기사건 막자는 취지로 도입됐으나, 외국인 아동은 그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외국인 아동의 출생신고도 의무화해 기본권을 보장하고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해당 법안의 취지다.
그러나 출생등록이 이뤄지더라도 장애 이주아동이 사회복지서비스에 접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장애인복지법에 따르면 외국인·재외동포 중 장애인등록이 가능한 사람은 거소신고를 한 재외동포, 영주권자, 결혼이민자, 난민인정자에 한정된다(제32조의2). 한국에서 장애인복지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장애인등록이 필수적이지만, 출생신고나 외국인등록 여부와 무관하게 일정한 체류자격을 유지해야만 장애인등록이 가능한 셈이다.
심지어 장애인등록을 하더라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예산 등을 고려해 장애인복지사업의 지원을 제한할 수 있다”(제2항)는 규정으로 인해 연금·수당·의료·재활 등 복지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뇌병변장애가 있는 한 이주아동(동포)은 초등학교 입학과 함께 장애인등록을 했음에도 재활치료비, 휠체어 등 보조기구 지원이나 활동보조서비스를 전혀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사강 이주와인권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미등록희망포럼’에서 “장애인 비율을 약 5%로 가정할 때 전국의 장애 미성년 이주민은 7천~8천 명으로 추산되지만, 장애인등록을 한 미성년 이주아동은 지난해 말 기준 325명에 불과했다”면서 “어린 시절의 적절한 의료, 재활은 성인 이후 삶을 크게 좌우한다. 최소한 아동에 대해서는 체류자격과 관계없이 장애인등록을 허용하고, 기본적인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등록희망포럼’은 기독교대한감리회, 미등록아동지원센터, 세이브더칠드런, 유니세프, 유엔난민기구 등 5개 단체와 이학영 국회부의장,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등이 공동 주최했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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