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약사·간호사 등 자원봉사
자식처럼 친근하게 안부 묻기도
병원보다 싸고 방문 편해 ‘호응’
지난 8일 오후 인천 동구 만석동 희망키움터(만석동 7-3번지). 만석동 쪽방촌 주민을 위한 다목적 공간인 이곳 3층에 ‘일일 병원’이 문을 열었다. 자원봉사자인 의사와 약사, 간호사 등 의료 종사자와 의료 관련 학과 재학생 등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진료실과 조제실로 쓸 테이블과 의자, 혈압기 및 혈당측정기 등을 설치했다.
오후 2시가 되자 하나둘씩 동네 주민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안내에 따라 들어온 순서대로 혈압과 혈당을 잰 다음 자신의 이름이 적힌 진료파일과 번호표를 손에 쥔 채 의자에 앉아 대기했다.
“두 달 만에 오셨네. 아들이랑 연락은 자주 하셔요?”, “저번에 놀러 가신다는 곳은 잘 다녀오셨어요?” 호명이 이어진 후 의사들은 환자들의 근황을 물으며 진료를 시작했다. 어디가 아픈지부터 묻는 일반 병원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안부를 묻고 자연스럽게 허리 통증에 대한 상담이 이어졌다.
정형외과 남희태(51) 의사가 바닥에 매트를 깔고 환자를 눕혀 통증 부위를 확인했다. 또 다른 봉사자들은 한쪽에 마련된 공간에서 처방약을 조제했다. 남 의사는 “우리나라 의료보험이 아무리 잘 돼 있어도 혼자 살거나 거동이 불편한 이들이 병원을 가지 않으면 소용 없다. 그런 빈 공간을 메우기 위해 봉사를 하고 있다”며 “이곳을 찾는 환자는 진료도 중요하지만 따뜻한 말 한마디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정형외과 진료 바로 옆에서는 내과 진료도 진행됐다. 내과는 전재용(61) 의사가 맡았다. 그는 타 지역에 거주하고 있지만 과거 인천의료원에서 일했던 것을 계기로 매달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전 의사는 “주민 중 취약계층이 많아 일반 병원을 꺼리시는 분이 대다수”라며 “가벼운 병증으로 우리를 찾아오면 다른 질환이 있는지 함께 살핀다. 필요하면 인근 병원으로 연계한다”고 했다.
쪽방촌 무료진료는 2017년 12월 처음 시작돼 매달 1회씩 진행되고 있다. 꾸준히 이곳에 방문했다는 조모(76·여)씨는 “원래 다니는 병원도 있지만 여기에 올 때 마음이 더 편하다. 여기선 진료도 무료로 해줘 어려운 형편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서모(73·여)씨도 3년 전 뇌경색이 온 후 매달 이곳에서 의료 상담을 받고 있다. 그는 “일반 병원은 의사 선생님을 볼 시간이 2~3분 밖에 안 되는데 여긴 자식처럼 나를 대해줘 너무 고맙다”고 했다.
쪽방촌 무료진료소는 지역 주민 100명 정도의 진료파일을 관리하고 있다. 행동하는의사회 인천지부 이현경 사무국장은 “돈을 내고 후원하는 봉사보다, 직접 나누고 실천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며 “의료 관련 종사자인 회원들이 매달 회비를 내면서 무료진료를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김선옥 인천쪽방상담소 상담원은 “일반 병원에서는 대우받지 못하는 소외계층이 편하게 찾을 수 있는 공간을 지속해 운영하겠다”고 했다.
/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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