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반환 소송’ 무용지물

 

‘상환까지 年 12% 이자 지급’ 불구

“강제집행해도 줄 돈 없다” 변명만

재산 추징 안한 1차 기소 판결 ‘또 발목’

사진은 전세사기 피해 주택이 주로 중개됐던 수원시 한 공인중개사의 유리창이 깨져 있는 모습. /경인일보DB
사진은 전세사기 피해 주택이 주로 중개됐던 수원시 한 공인중개사의 유리창이 깨져 있는 모습. /경인일보DB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수백억원대 전세사기를 저지른 속칭 ‘건축왕’ 일당의 피해자들이 민사소송에서 잇따라 승소하고 있다. 그러나 임대인이 재산이 없거나 이미 처분한 상태여서 보증금은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9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지난 2022년부터 건축왕 남헌기(63)씨와 공인중개사, 임대인 등을 상대로 낸 임대차보증금반환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법원은 대부분 판결에서 피고인들에게 임대차보증금과 함께 1심 판결일로부터 상환하는 날까지 연 12%의 이자(지연손해금)를 원고에게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남씨 등 일당은 미추홀구 일대에서 전세사기를 저질러 지금까지 총 5차례 기소됐다. 앞선 3차례 재판에서 남씨는 사기죄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수십명에 달하는 가짜 임대인과 공인중개사에게는 사기의 고의성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무죄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8월19일자 6면 보도)

다만 임대차보증금반환 소송은 임대인의 이런 형사재판 유·무죄 여부와 관계없이 진행할 수 있다. 임차인이 돌려받지 못한 재산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소송이기 때문에 승소한다면 임대인에게 보증금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 판결 이후에도 임대인이 자발적으로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으면 법원에 재산 압류 등 강제집행을 신청하면 된다.

그러나 패소한 임대인이나 공인중개사들은 피해자들에게 연락해 피해를 구제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미추홀구 전세사기 속칭 ‘건축왕’ 남헌기씨에 대한 대법원 선고 결과에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경인일보DB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미추홀구 전세사기 속칭 ‘건축왕’ 남헌기씨에 대한 대법원 선고 결과에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경인일보DB

안상미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장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들에게 아무 연락도 없었다. 그야말로 ‘배 째라’는 식”이라며 “강제집행을 하더라도 줄 돈이 없다는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고 했다.

게다가 “피고인들의 범죄수익 또는 실제로 취득한 이익을 구체적으로 특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남씨 재산을 추징하지 않은 1차 기소 사건 재판부의 판결 때문에 피해 구제는 더 어려운 상황이다.

김태근(세입자114 운영위원장) 변호사는 “임대인들이 재산 압류 등 강제집행이 이뤄지면 파산신청을 해버리고 있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며 “주범인 남씨도 전세보증금으로 투자를 하다 재산을 잃은 것으로 안다. (승소 판결문이) 현재로선 큰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