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범여권 의원들이 최근 특정 국가와 국민을 모욕할 경우 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는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해 논란이다. 허위사실을 적시해 특정 국가·국민·인종의 명예를 훼손하면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 모욕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개인에게만 적용되던 명예훼손·모욕죄를 집단에도 확대하자는 게 골자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의원은 “최근 온·오프라인을 불문하고 특정 국가나 국민, 특정 인종에 대한 혐오적 발언으로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고 각종 혐오표현과 욕설이 난무하는 집회·시위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그 배경을 밝혔다. 국가를 특정하진 않았지만 10월3일 개천절 ‘반중집회’를 예로 들며 “현행법상 집단에 대한 명예훼손·모욕은 처벌되지 않는다”고 주장, 이 개정안이 중국인을 위한 법안처럼 비춰져 논란이 촉발됐다. 누리꾼들은 “시진핑 욕하면 잡혀가는 거냐”, “처벌은 어떤 기준으로 하느냐” 등 부정적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이 개정안은 명예훼손죄의 ‘반의사불벌’ 조항과 모욕죄의 ‘친고’ 조항을 적용하지 않도록 해 사실상 수사기관이 반중 인사들을 임의로 수사하고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법조계에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위헌 소지’ 지적도 나온다. 최근 서울 한 카페에선 SNS에 ‘중국인 손님은 받지 않겠다’는 글을 올려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행정기관의 설득으로 게시글은 철회됐지만, 반중 시위를 비롯한 혐오 정서는 이처럼 우리 현실에 만연해 있다. 결국 이 행위도 내국인을 위한 조치였지만 앞으론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분명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와 허위사실 유포는 잘못된 행위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 앞에서 혐오의 기준도 명문화하지 못한 채 형사처벌로 이 문제가 해결 될지는 의문이다. 그보다 서로 다른 문화, 혐오에 대한 인식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과연 처벌은 혐오를 멈출 수 있을까.
/하지은 정치2부(서울) 차장 ze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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