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책임자 과거 행정까지 따를 필요 없어

업그레이드 된 생각 선도하는 게 더 효율적

경기북도 당위성 있다면, 국정 과제화 해야

김태성 정치부장
김태성 정치부장

지난 6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경기도의 새로운 캐치프레이즈는 ‘국정 제1동반자’가 됐다. 급작스레 열린 대선판에서 비명계의 구심점이 돼 이 대통령과 대선 경선을 치렀던 김동연 경기도지사였기에, 대선 이후 그의 행보와 메시지도 주목받았던 게 사실이다. 김 지사가 여당 내의 야당 역할을 할 것인지, 아니면 ‘원팀’을 외치며 주류 편입을 시도할지가 관심이었는데 원팀보다 더 강력한 ‘국정 제1동반자’라는 표현이 등장했고 어딜 가나 강조하고 있다.

이는 곧 실천으로도 옮겨졌다. 김 지사는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적극 옹호하며 싸늘해진 여론의 후폭풍을 앞장서 감당해 냈고, 내년도 예산안 편성에서도 ‘김동연표’ 예산은 고통을 감내하면서까지 스스로 쳐낸 반면 일산대교 무료화와 극저신용대출 등 일명 ‘이재명표’ 예산은 프리패스를 받고 예산안에 담겨 있는 상태다.

지금은 국정 동반자를 자처하지만, 대통령이 되기 전 이재명과 김동연의 관계는 껄끄러웠다고 보는 게 맞다. 김 도지사 후보 캠프에서 일했던 친명 인사들이 경기도정에 합류하지 못했고, 불만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이런 문제가 불신의 시작이 됐고 김 지사는 더불어민주당원 같지 않은 민주당 소속 도지사로 그려졌다. 오죽하면 대선 경선 당시에는 친명계에서 김 지사를 향해 ‘배은망덕’하다는 선 넘은 비판까지 했다. 김 지사 측도 경선 내내 이같은 비판에 불편해 한 게 사실이다. 그리고 대선이 지났고 권력의 서열이 정해졌다. 어쩌면 경기도지사 재선 의지를 다지고 있는 김 지사로서는 국정의 동반자임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경기도 공공기관의 경기북부 이전도 이 대통령의 경기도지사 시절 대표정책 중 하나다. 김 지사가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추진한 데다 여러 반발과 비효율성의 문제로 주춤하는가 했는데, 최근 국정 동반자론이 강조되며 공공기관 이전이 다시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도 예산난으로 공공기관의 출연금 등이 대폭 삭감됐는데, 만만치 않은 이전 비용이 드는 해당 사업의 경우 임차를 해서라도 떠나라는 식으로 강행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그러자 이전 대상기관의 반발도 거세졌다. 각각 의정부와 파주 등으로 이전을 앞둔 경기연구원과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노조는 “예산과 행정력 낭비이자, 정치적 이벤트”라고 비판한다.

김 지사는 실사구시와 실용주의에 기반을 둔 정치인이자 행정가이다. 정치적 노선을 따라가기보다는 옳고 그름에 따라 정책을 판단해 왔다. 그런 점에 비춰볼 때 경기도 공공기관의 분산 이전은 상권 활성화나 인구 유입 등 객관적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정치적이 강한 정책이다. 오히려 민원인들의 공공기관 이용 불편이나 구성원들의 경제적 어려움, 예산 낭비 등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 경기지사 시절 공공기관 이전을 꺼내 들었던 이 대통령은 이미 취임 후 그동안 피해를 감내한 ‘경기북부’에 또다른 방식으로 통 큰 보상을 약속한 상태다. 경기북부의 규제가 풀리고 접경지의 평화가 안착되면 자연스레 투자가 유치되고 사람이 몰리게 된다. 경기북부가 낙후된 이유는 중첩 규제 탓이지 불과 수십 명 단위의 공공기관이 없어서가 아니다.

국정의 동반자라고 해서 국정 책임자의 과거 행정까지 모두 따를 필요는 없다. 오히려 업그레이드돼 있는 국정 책임자의 생각을 먼저 파악해 선도하는 게 더 효율적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경기극저신용대출’이다. 실제 대통령실도 해당 정책에 매우 흡족해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책의 정체성까지 모두 맞출 이유도 없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가 당위성이 있다면 토론하고 설득해서 이를 국정 과제화 할 수도 있는 게 동반자의 지위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는 김 지사의 시그니처 정책이었기에, 이를 미뤄두는 듯한 모습도 적절해 보이진 않는다. 지방선거가 지척(咫尺)에 있다. 2012년 지방선거때와 마찬가지로 도민이 느끼는 ‘김동연의 효능감’은 ‘실용주의’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김태성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