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보이그룹 방탄소년단(BTS)은 2020년 K팝을 세계 음악시장에 진입시키는 업적을 세웠다. 9월 영어 신곡 ‘다이너마이트’가 빌보드 싱글차트 ‘핫 100’ 1위에 올랐고, 11월엔 그래미상 팝 부문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머’ 수상 후보로 선정됐다. 당시 국내외 언론은 빌보드 핫 100 1위보다 그래미상 후보 선정을 더 크게 평가했다. 팬 투표인 빌보드 차트보다 1만3천명의 음악 전문가 집단인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가 선정하는 그래미상의 권위가 압도적이라서다.
LA타임스는 BTS가 본상인 제네럴 필드(올해의 앨범·레코드·노래·신인 등 6개 부문) 후보 선정에서 제외되자 “BTS가 주요 그래미상 후보를 강탈당한 것인가”라며 그래미의 폐쇄성을 비판했다. 결국 BTS의 수상은 불발됐고, 2021년 ‘버터’로 같은 분야 후보로 선정됐지만 결과는 같았다. 영국 록그룹 ‘콜드 플레이’와 협업앨범으로 2022년에도 그래미를 노크했지만 역시 불발됐고, 그해 말 멤버들은 속속 입대했다.
BTS의 군백기(軍白期)를 K팝 여성 아티스트들이 완벽하게 메꿨다. 지난 7일 발표된 2026 그래미상 본상 후보에 블랙핑크의 로제가 브루노 마스와 함께 부른 ‘아파트’로 4대 본상인 ‘올해의 노래·레코드’ 등 3개 부문 후보에, 한국 글로벌 기획사 하이브의 한미 합작 걸그룹 ‘캣츠아이(KATSEYE)’가 본상인 올해의 신인상 후보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또한 넷플릭스 만화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인 ‘골든(Golden)’의 주인 ‘이재’도 본상인 ‘올해의 노래’ 등 5개 부문 후보로 올랐다.
외신들은 BTS를 외면한 그래미가 K팝을 세계 음악의 주류로 인정한 사건으로 대서특필했다. 실제로 BTS가 K팝의 수평선을 향한 험난한 항해 끝에 도착한 음악의 대륙에 여성 아이돌들이 정착의 깃발을 꽂은 느낌이다. 로제는 한국 뉴질랜드 이중 국적자이고, 캣츠아이 멤버 6명 중 한국인은 ‘윤채’ 뿐이다. 골든의 이재도 한국계 미국인이고 ‘케데헌’과 ‘골든’은 미국 작품이다. BTS의 토종 K팝이 국적, 인종, 문화의 경계를 허물고 섞이며 진화한 결과다. 수상은 몰라도 K팝을 빼고 경쟁을 논할 수 없는 그래미가 됐다.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의 졸렬한 시야와 사고가 K팝 수준에 이른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윤인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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