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국가 핵심기술 수출 필수

방산기술과 AI 연계 정책도 시급

과거 실패한 경험 반복해선 안돼

‘100년 준비’ 역사적 출발점 되길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한미관세 협상. 이재명 정부는 최선을 다했으나 미국은 자국 위주의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매년 2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해야 하는 국민의 마음도 편치 않다.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판결을 지켜보고 있지만, 미국 투자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자동차, 반도체, 조선 분야의 미국 투자가 가속화될수록 관련 국내 산업에 대한 투자는 축소될 것이다. 산업의 특성상 이들 대기업과 연계된 중소기업들도 동반 진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국내의 일자리 감소도 피할 수 없다. 한미관세 협상 타결 이후의 경제 상황에 대해 우려 섞인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고통과 위기는 국민이 분담하고 이익과 성과는 재벌이나 대기업 노조가 독식한다는 비판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경제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미국에 대한 투자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진지하게 검토할 때다. 우려되는 일자리 감소 문제뿐만 아니라 성과와 이익의 공유에 대해서도 국민적 시각에서 지혜를 모아야 한다.

관세 협상에 따른 미국 공장의 설립과 생산을 위해서는 국가 핵심기술의 수출이 필수적이다. 우리는 세계적 수준의 국가 핵심기술을 갖고 있다. 반도체(11개), 자동차·철도(10개), 조선(8개) 등이다. 미국에서 우리의 국가 핵심기술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는 미래의 한국 경제와 첨단기술에 중요한 요소다. 특히 국가 핵심기술에 필요한 R&D 기반을 어디에 두고, 어떻게 국제협력을 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정책과 전략이 중요하다.

이 정부는 AI 3대 강국을 천명했다. AI 시대를 선도해야 한다는 전략은 찬사를 받을만하다. 현재 6위권에 있는 AI 수준을 올리기 위해 10조1천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로봇, 자동차, 조선, 가전·반도체, 팩토리 등 주요 산업 분야에 5년간 약 6조원을 투입한다는 계획도 있다. 공공부문 AI 도입 확산, 고급인재 1만1천명 양성 그리고 국민이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계획도 있다.

하지만 AI 3대 강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어느 산업 분야와 연계할 것인가. 우리는 국가 핵심기술로 디스플레이, 전기 전자, 철강, 원자력, 정보통신, 우주, 생명공학, 기계, 로봇, 수소 등을 갖고 있다. 우선 국가 핵심기술을 가진 산업 분야와 AI와 연계하여 강한 것을 더 강하게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AI를 방위산업기술과 연계하는 정책도 시급하다. 한국은 세계 5위권의 방산 수출국이다.

하지만 최근 일본은 재무장을 서두르고 있다. 무기와 핵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조만간 일본의 방위산업이 우리의 경쟁자로 등장할 것이다. 국방비 중 첨단 방위산업기술의 개발과 육성에 더 많은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 우리는 123개의 방위산업기술을 갖고 있다. 센서, 레이더, 유도무기, 통신, 자율주행 및 인공지능 기반 시스템 등이 그것이다. 군이 비교우위에 있는 양자 암호의 개발을 촉진하는 것도 급선무이다.

분명한 것은 관세 협상도 AI 정책도 이 정부의 임기 내에 끝낼 수 없다는 점이다. 정부의 AI 정책이 과거 정부가 실패한 경험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벤처의 신화와 몰락도 지켜봤다. 자원외교의 실패도 마찬가지이다. 모두가 임기 내의 성과에 집착하거나 사욕이 깃들었기 때문이다. 이 정부가 당장 해야 할 것은 설익은 AI 정책의 남발과 보여주기를 차단하는 것이다.

내년에 AI 이름으로 등장할 각종 정책이 두렵다. AI 신호등, AI 도서관, AI 종합체육관, AI 노인시설 등. 과거 정부의 벤처 정책이나 세계화 정책을 직시해 보라.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다렸다는 듯이 정책마다 정권의 구호를 붙였다. 일부 관료나 기업들은 정부가 바뀔 때마다 표지 갈이를 한다. 제목만 국가 정책이지 실상은 과거의 기득권 유지에 있었다.

앞으로 4년은 더 빠르게 흘러간다. 이 정부의 표현처럼 AI 3대 강국 정책이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는 역사적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미국에 대한 투자보다 국가 핵심기술과 방위산업기술 분야를 AI 정책과 연계하여 국내 산업을 육성하는 데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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