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으로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된 민간업자들에 대한 항소를 포기했다. 일당에게 중형이 선고된 사건으로선 매우 이례적인 조치다. 반면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 피고인들은 모두 항소했다. 이제 항소심 재판부는 1심보다 무거운 형을 내릴 수 없게 됐다. 피고인에 대해 ‘불이익 변경 금지의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1심보다 경감된 형이 내려질 가능성이 현실에선 더 높다.
검찰이 법원의 1심 양형을 수용해 항소를 포기한 사례가 없는 건 아니다. 법리와 사실관계가 비교적 명확하게 정리된 사건이거나 검사 구형과 1심 선고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경우엔 종종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번처럼 전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에서 핵심 법리와 양형을 상급심에 맡기지 않고 자진해서 접는 선택은 드물다. 특히 1심이 ‘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 대신 ‘업무상·형법상 배임’을 적용하면서 손해액 산정과 법률 구성에서 검찰의 요구와 다른 판단을 했음에도 상급심에서의 다툼의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전례를 찾기 어려운 검찰의 이번 항소 포기는 수사와 공판을 자율에 맡기는 평소 관행과는 전혀 달랐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수사·공판팀은 항소를 제기하기로 의견을 취합하고, 서울중앙지검장의 결재까지 받아 대검에 승인을 요청했는데 대검 지휘부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항소장 제출을 보류하도록 지시했다고 주장한다. 서울중앙지검 수뇌부 또한 어떠한 설명이나 공식 지시도 없다가 지난 7일 자정까지인 항소권 제출 시한을 불과 몇 분 앞두고 항소 금지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대검은 항소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개입을 사실상 인정했다. 법무부 장관과 차관이 배경이라는 설이 파다하다.
여당은 검찰 내부의 반성에 의한 ‘항소 자제’라고 옹호하지만 설득력이 약하다. 어차피 대통령의 연관 여부에 국민들의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는 사건이다. 관련해서 배임죄 폐지가 여당에 의해 불 지펴지고 있는 마당에 검찰의 자진 항소 포기는 기름을 끼얹은 모양새가 됐다. 굳이 야당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이번 항소 포기는 근거와 과정이 모두 명확지 않다. 대통령을 의식해 검찰이 스스로 칼을 거뒀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오이밭에서 신발 끈 고쳐 매지 말라 했는데 여지없이 그 형국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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