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을 당한 사람은 있는데 학폭 가해자는 없다.” 지난 10일 인천시교육청 본관 앞 1인 시위에 나선 학부모가 든 푯말 문구다. 초등학생 아들이 동급생의 강압에 못이겨 수십만원을 갈취당했는데, 피해가 인정되지 않았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학부모는 폭언 녹취록 등 추가 증거를 제출했지만 소용없다며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학교폭력이 갈수록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초·중·고교 학폭 접수 건수는 2020학년도 2만5천903건에서 2024학년도 5만8천502건으로 4년새 2.3배나 뛰었다. 사안이 중대해 학폭위로 넘겨진 사례도 8천357건에서 2만7천835건으로 증가했다. 행정소송으로 비화되는 경향도 두드러진다. 가해학생의 소송은 2021학년도 202건에서 2024학년도 444건으로, 피해 학생의 소송은 53건에서 96건으로 늘었다. 초등 4~6학년 학폭 피해율은 2020년 0.9%에서 올해 2.5%로 상승했다.
학창 시절 학폭 피해는 평생 트라우마로 새겨진다. 우울증·불안감·외상후 스트레스장애·무기력함·과민반응 등 후유증으로 고통받는다. 과거 경험했던 공포와 비슷한 상황에만 놓여도 당시 감정이 소환된다. 언어폭력·왕따·스토킹·사이버 괴롭힘·폭행·갈취·추행… 흉흉한 단어들이 어린이·청소년들의 주변을 맴돈다. 언제부턴가 어른들의 인사말도 달라졌다.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니”가 아니라 “괴롭히는 친구 없니”다. 그만큼 학폭이 만연하다는 얘기다. 학부모들은 등교하는 자녀들이 불안하기만 하다.
학폭 전력이 있으면 대학 입시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이미 지난해 서울대 등 국립대 6곳이 45명을 불합격 처리한 바 있다. 학업 능력뿐 아니라 인성과 규율 의식을 평가하겠다는 의지는 분명하다. 내일 수능을 치르는 2026학년도부터는 모든 대학이 학폭 기록을 평가에 반영한다. 1호 서면사과, 2호 접촉·보복금지부터 8호 전학, 9호 퇴학까지 감점 비율은 대학마다 다르게 정할 수 있다. 학폭 기록은 수능과 내신을 능가하는 당락의 변수다. 중징계를 받은 학생은 웬만해서는 합격선을 넘기 어렵게 됐다.
학폭의 대입 불이익에 대해 ‘갱생의 여지 차단’ ‘기록 회피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하지만 여론은 순기능에 더 집중한다. ‘전인교육 강화’ ‘성적 지상주의 타파’라는 반응이 대세다. 이번 조치로 학폭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질 테다. 학폭은 반드시 부메랑으로 되돌아온다. 불이익=대입(학폭), Y=f(X) 함수관계처럼 사회공식이 되어야 한다.
/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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