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서 축구한 이야기 이젠 옛말
스마트폰 지급에 게임·검색 바빠
AI 25년후 인간 예측 ‘골룸’ 비슷
운동 즐길 기회조차 놓칠까 우려
‘깃발이 춤을 춘다. 우리 머리 위에서/ 달린다. 넓은 바다 푸른 하늘 마시며/ 우리 편아 잘해라. 저쪽 편도 잘해라/ 우리들은 다 같이 ○○ 학교 어린이’.
누구나 이 노래를 들으면 한 번쯤은 추억에 젖으실 겁니다. 어릴 적 운동회날이면 스피커를 통해 동네방네 울려 퍼졌던 노래니까요. 운동회는 단순히 어린이들만의 잔치가 아니었습니다.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 즐기는 축제였지요.
운동회를 하려면 최소 한 달 전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오재미를 던져 박을 터뜨리는 게임, 키보다 큰 공을 굴려 반환점을 돌아오는 게임, 남자 아이들이 특히 승부욕을 불태우던 기마전, 청군과 백군으로 나누어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대표 선수들이 있는 힘껏 달리는 이어달리기 등등. 하루종일 지루할 틈이 없었지요. 특히 제가 다녔던 초등학교 운동회의 백미는 풍물놀이였지요. 운동회의 제일 마지막에 수백 명의 학생들이 풍물을 연주하며 차전놀이와 여러 가지 대형을 선보이면, 어르신들이 모두 운동장으로 나오셔서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고 어깨춤을 추셨습니다. 생각해보면 운동회는 그 자체로 재미있는 놀이이기도 했지만, 준비하는 과정에서 질서와 단체의식을 배우고 서로가 서로에게 맞추는 배려를 익히는 장이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요즘 도시에 사는 아이들에게는 일년에 한번 주어지는 운동회도 제대로 치러질 기회가 없다고 합니다. 주변 아파트 단지에서 시끄럽다고 항의하는 바람에 약식으로 치러지기 때문이지요.
여자들과 남자들이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성별로 이야기의 주제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지요. 여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대화 주제가 남자들의 군대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싫어하는 이야기도 있다고 합니다. 바로 ‘남자들이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라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 말도 예전에나 가능했던 것이고 지금은 정답이 아니라고 합니다.
얼마 전 아들이 군에 입대했습니다. 알고 지내던 현역 군인에게 부모로서 이런저런 걱정거리를 늘어놓았지요. 그러자 그분이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요즘은 군에서 사고가 현저히 줄었다. 특히 사병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폭행이나 폭언 같은 사소한 사고까지도 잘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부사관이나 장교들 사이의 사고가 늘어난 것처럼 보이는 착시현상마저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그 이유를 물었더니 의외의 답변을 내놓으셨습니다. “원인은 스마트폰의 지급이다. 일과 시간 이후에 스마트폰을 지급하다 보니 모두들 게임이나 검색을 하기 바쁘다. 다른 일이나 사람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 요즘은 축구를 하려고 해도 인원이 되지 않아 축구조차도 하지 않는다. 축구가 다 뭐냐, 필요한 인원이 몇 명 되지도 않는 족구 인원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군대에서 축구를 하지 않는다’니 저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이었지요. 그래서 첫 휴가를 나온 아들에게 물어보았더니 사실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군에 입대한 지 백일이 넘었는데 단 한 번도 축구를 해보지 않았다는 대답이었습니다.
‘복부 비만에 거북목, 듬성듬성 빠진 머리에 주름진 얼굴, 퉁퉁 부은 발’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왔던 탐욕으로 가득한 ‘골룸’의 모습과 비슷하지요. 그런데 이 모습이 놀랍게도 인공지능으로 예측한 25년 후 인간의 모습이라고 합니다. 오랜 시간 컴퓨터 앞에서 구부정하게 앉아 있는 업무 방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과도하게 콘텐츠를 소비하는 생활 습관 등이 그 원인이라고 합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이나 단체생활을 할 기회를 박탈당한 아이들이 갈 곳은 스마트폰이나 게임뿐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상급학교에 진학을 해서도, 심지어는 군대에 가서도 운동을 즐길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어쩌면 아이들에게 운동회를 돌려주는 것이 골룸이 아닌 건강한 사람이 되게 만드는 첫걸음이 아닐까요.
/양중진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경인일보 Copyright ⓒ 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