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산서 배터리 충전중 화재
임야 600㎡ 태우고 난 뒤 진화
가평·화성서도 동시다발 불길
도심 인근서 발생땐 인명 위협
12일 오전 10시께 찾은 수원시 장안구 파장동 광교산. 출입통제구역인 파장 정수장을 지나 산속으로 1㎞ 가량을 걸어 들어가자 이틀 전 발생한 산불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철조망 너머로 나무가 검게 그을려 있었고, 나뭇가지들은 비틀어져 있었다. 근처에 떨어진 낙엽은 전부 바짝 말라 불이 사방으로 번지기 좋은 환경이었다.
소방당국은 정수장 보안 철조망을 설치하기 위해 사용한 전기톱 배터리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만난 현장 관계자는 “작업자가 전기톱 배터리를 충전해 놓고 점심을 먹으러 간 사이 불이 났다고 들었다”며 “작업자들이 휴대용 소화기로 진화를 시도했지만, 손바닥 크기만 했던 불이 10분 만에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고 설명했다. 삽시간에 번진 산불은 임야 가로 약 10m·세로 약 60m를 태우고 나서야 산림청에 의해 꺼졌다.
가을철을 맞아 날씨가 건조해지면서 수원, 용인, 화성 등 경기도 내 곳곳에서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지난 봄 경북 산불이 막대한 피해를 남기면서 가을철 산불에 대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전 9시10분께 가평군 북면의 한 야산에서 불이 나 야산 일부가 소실됐다. 같은 날 오후 1시21분께는 수원시 파장동 광교산에서 산불이 발생한 데 이어, 1시42분께는 화성 송산면 신천리 야산에서도 불이 났다. 이날도 용인시 처인구 삼가동의 한 야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며칠새 연달아 피어오른 산불은 모두 20분 이내에 진화돼 규모가 작았지만, 지난봄 작은 불씨에서 시작된 산불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광교산처럼 인구가 밀집한 도심과 인접한 산에서 불이 날 경우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산불학회 문현철 고문은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나면 헬기같은 장비와 인력이 흩어져 출동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며 “한국 산불은 대부분 사람의 실수로 발생하기 때문에 산불 위험 기간 중 실화를 야기할 수 있는 행동을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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