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피해 호소… 사과 대신 ‘무고 신고’로 돌아왔다
인천동부교육청 고의성 인정 않자
여학생 학부모들 항고 소송 ‘승소’
法 “2차 성징·성적 관심에 기한것
거짓 신고는 극단적, 해결책 안돼”
인천 한 초등학교에서 남학생에게 성추행을 당했는데도 되레 학교폭력 가해자로 몰렸던 여학생들의 학부모들이 행정소송에 나서 승소했다.
서울고등법원 인천 제1행정부는 지난 4일 인천 초등생 5명(학부모)이 인천동부교육지원청을 상대로 낸 ‘학교폭력 처분에 대한 항고 소송’에서 피고 승소 판결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인천 한 초교 6학년 여학생 7명은 지난해 3월 초부터 한 달 동안 같은 학년 남학생으로부터 성추행 등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남학생이 자신들의 엉덩이나 가슴 등을 만지거나 밀쳤고, 지우개로 성기 모양을 만들어 책상 위에 붙였다고 한다. 학기 초부터 비슷한 피해를 당했던 여학생들은 3월 말께 담임교사에게 신고했다.
남학생 측은 이에 맞서 “성추행은 없었다.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집단으로 따돌림하고 있다”며 여학생들을 학교폭력으로 신고했다.
신고를 접수한 인천동부교육지원청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조사에 나섰다. 이후 같은 해 6월 성추행 신고와 관련해 “일부 신체 접촉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고의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학교폭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남학생 측이 신고한 학교폭력 역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며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여학생들의 학부모는 이에 불복해 인천시교육청에 행정심판을 신청했는데, 이마저도 기각당하자 지난해 11월 정식 소송 절차를 밟았다. 그 사이 남학생 측은 여학생들을 무고 혐의로 형사고소하기도 했는데, 경찰은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을 신고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혐의없음 처분했다.
1심 재판부는 올해 5월 “2차 성징이 오지 않은 남학생의 신체적 특징 등을 볼 때 성적 의도를 갖고 피해 학생들에게 접근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해 피고 측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2차 성징과 성추행 범행은 관련성이 없다는 점, 학생들의 피해 진술이 일관된다는 점 등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피해 학생들의 진술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무고 고소 사건 경찰 조사 등에 이르기까지 일관된다”며 “허위로 (남학생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2차 성징이 시작되는 시기인 참가인(남학생)의 나이를 고려하면, 다수의 여학생에 대한 반복적이고 일방적인 신체 접촉 행위는 성적 호기심이나 성적 관심의 발현에 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일상적인 놀이나 생활 과정에서 발생한 수준이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학교생활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갈등이나 분쟁은 가능하다면 훈계, 사과, 화해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도 “교육적 해결은 어디까지나 가해학생이 자신의 행위를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하는 경우에 한해 가능하다. 이 사건 남학생 측은 오히려 거짓 신고를 통해 원고를 학교폭력으로 신고하는 등 극단적인 방법으로 대응했다”고 꼬집었다.
이 재판에는 애초 피해 학생 5명이 참여했는데, 1심 판결 후 항소 취하 등으로 인해 최종 1명만 남아 진행됐다. 항소심 판결에 대한 피고 측의 상고장은 아직까지 제출되지 않았다.
이번에 승소한 한 피해 학생의 학부모는 “피해를 당한 학생들의 학부모들은 자녀를 다독이고 사건을 원만하게 하고자 했는데, 남학생 측 대응을 보고 소송까지 진행하게 됐다”며 “피해 학생들은 트라우마를 호소해 심리치료를 받기도 했다. 이번 판결을 토대로 다른 피해 학부모들과 함께 손해배상 청구 등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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