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어김없이 돌아온 떼까마귀
아주대삼거리 전깃줄 위로 빼곡
인도·횡단보도는 배설물 뒤덮여
AI 확산 막으려 레이저빔 제한
쇠파이프 쫓아보지만 임시방편
지난 11일 오후 7시께 수원시 영통구 아주대삼거리. 전봇대에 연결된 전깃줄 위로 수백 마리의 떼까마귀가 앉아 있었다. 전깃줄 아래 인도와 횡단보도는 까마귀 배설물로 뒤덮여 있었다. 저녁 식사를 하기위해 이곳을 찾은 조모(30대·수원)씨는 “지나가다 하늘을 올려다봤는데 까마귀 떼가 전깃줄에 줄지어 앉아 있는 걸 보고 소름이 돋았다”면서 “바닥도 이미 배설물로 가득한데 혹시 맞을까 걱정돼 스스로 피해 다니게 된다”고 말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수원 도심 곳곳에 겨울을 나기 위해 찾아온 떼까마귀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떼까마귀의 주요 월동지로 자리 잡은 경기 남부지역 지자체들은 ‘퇴치반’을 꾸려 떼까마귀를 민가 밖으로 쫓아내고 있지만 매년 반복되는 작업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12일 수원시 등에 따르면 지난 5일부터 수원 도심 곳곳에서 떼까마귀가 관찰되기 시작했다. 시베리아 등 북부지역에 서식하는 떼까마귀는 매년 10월 말부터 3월 초까지 비교적 따뜻한 한반도로 이동해 겨울을 난다. 낮에는 농경지 등에서 먹이를 찾고, 밤에는 건물이 많아 바람이 덜 불고 천적이 없는 도심 전깃줄 위에서 휴식을 취한다.
원래 떼까마귀는 울산 등 남부 지방에서 주로 관찰됐으나, 몇 년 전부터 경기 남부지역으로 서식지를 넓히고 있다. 수원에 처음 떼까마귀가 출현한 것은 지난 2016년 겨울로, 매년 약 3천마리가 찾아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21년부터는 오산에서도 출몰하기 시작했고, 평택과 화성 등지에서도 관찰되는 등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떼까마귀들이 도심에 머무는 동안 배설물로 인한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자체들은 한시적으로 퇴치반을 운영하며, 주요 거점 지역에서 레이저를 쏴 외곽으로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도심으로 돌아오는 등 임시방편에 그치고 있다. 최근에는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방지를 위해 정부가 레이저빔 사용 자제를 권고하면서 대응이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배설물 피해가 심한 지역은 아침마다 빗자루로 치우고 물청소도 병행하고 있다”며 “레이저로 쫓는다고 해도 민원이 적은 지역으로 이동시키는 정도에 불과해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다른 지자체 관계자도 “지난달 말부터 까마귀가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환경부 지침에 따라 퇴치반이 레이저빔 대신 쇠파이프를 이용해 쫓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조류 전문가)은 “떼까마귀는 매년 한반도를 찾는 철새로 기존 서식지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뿐 생태계에는 문제가 없다”며 “맹금류가 있는 지역은 상대적으로 덜 찾는 경향이 있어서, 지자체 차원에서 맹금류 서식지를 조성하는 등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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