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기록’ 입시에 불리… 맞신고
처분 완화 작전… 일각 사법화 우려
학교폭력 가해 학생이 피해 학생을 가해자로 모는 ‘학교폭력 맞신고’가 교육 현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학교폭력 전력이 대학 입시 등에 중요하게 반영되면서 가해 학생의 학부모들이 극단적인 방어 전략으로 ‘맞학폭’ 신고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 한 초등학교에서 성추행 피해를 입었던 여학생 7명은 가해 남학생 측의 학교폭력 신고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 조사를 받았다. 남학생 측은 이후에도 여학생들을 무고 혐의로 형사고소하는 등 법적 대응을 이어나갔지만, 모두 ‘혐의없음’ 처리됐다.
지난해 7월에는 경기 평택 한 중학교에서 성추행을 당한 여학생이 학교폭력 신고를 하자 남학생 측이 “나도 성희롱 등 피해를 봤다”며 맞대응했다.
같은 해 9월에는 강원도 한 중학교에서 따돌림을 겪은 학생이 피해 사실을 학교에 알리자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이 “학교폭력 신고로 불면증에 시달리는 등 정신적 피해를 봤다”며 피해 학생을 학교폭력으로 신고했다.
이처럼 맞학폭 신고가 늘어나는 이유는 교육당국이 학교폭력에 강경 대응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학폭위의 처분은 총 9개로 나뉜다. 지난해부터 개정된 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이 적용되면서 학교생활기록부에 적힌 출석정지(6호), 학급교체(7호), 전학(8호) 등 학교폭력 처분 기록은 최대 4년간 보존된다. 이전까지는 학교폭력 처분 기록은 해당 학교 졸업 시 삭제되거나 최대 2년까지만 보존됐다. 이런 기록은 대학 입시에도 불리하게 작용되고 있다.
김주현 법무법인 슈가스퀘어 변호사는 “명백한 가해자인데도 맞학폭 신고를 통해 피해자와 가해자 구도를 흐트러뜨려 처분을 낮추려는 전략”이라며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관점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송과 달리 인지대 등 비용도 들지 않아 가해 학생 입장에서는 불이익이 전혀 없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맞학폭 신고는 피해 학생들에게는 2차 가해로 이어질 수 있다. 사과 등 가해 학생의 재발 방지 약속만으로도 끝낼 수 있는 사건을 고의적으로 부풀려 교육 현장의 혼란만 초래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인천교사노조 관계자는 “가해자의 사과나 학폭위의 낮은 처분으로 종결될 사안인데도 사건 초기부터 변호사를 선임해 맞학폭 신고를 진행해 행정심판이나 소송까지 가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교육적으로 지도하고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교육 현장의 ‘사법화’가 초래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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